역성장에 직면한 국내외 게임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한때 업계 최고 수준의 복지를 자랑하던 데브시스터즈는 1년 만에 인력을 27% 줄였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컴투스 등도 직원 수가 감소했다. 글로벌 게임산업에서 해고된 인원은 지난 5개월 만에 작년 전체 규모에 육박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달로 인력 구조조정 압박이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게임사도 잇따라 감원 중이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직원을 작년 대비 10%가량 감축할 계획이다. 이 회사의 작년 말 직원 수는 5023명이었다. 스마일게이트는 대형 콘솔 게임을 만들기 위해 2020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세운 게임 스튜디오를 올해 3월 폐쇄했다. 이 스튜디오 직원도 모두 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크래프톤의 직원 수는 지난해 4월 1776명에서 올해 4월 1593명으로 10% 줄었다.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등도 같은 기간 직원이 5% 감소했다. 4월 프랑스 게임사인 유비소프트의 한국 지사는 국내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게임 시장도 쪼그라드는 분위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국내 게임 시장 규모를 19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전년 규모인 22조2149억원보다 11% 적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게임의 대체재가 됐다”며 “코로나19 유행기에 인력을 늘린 업체는 몸집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콘텐츠 개발이 게임산업에 자리 잡기 시작한 것도 최근 해고에 영향을 줬다. 올해 3월 게임 소프트웨어 업체인 유니티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임업체 중 62%가 게임 제작에 AI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티도 AI 소프트웨어 사업을 강화하면서 올해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8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1월 미국 게임개발자콘퍼런스(GDC)가 게임 산업 종사자 3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응답자의 84%가 생성 AI 사용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엔씨소프트, 넥슨, 크래프톤 등이 게임 개발에 생성 AI 도구를 쓰고 있다.
고금리가 계속되고 있다는 점도 게임사에 인력 감축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고품질 게임 하나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3년 전보다 27% 늘어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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