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K스타트업의 日진출 열기, 3년은 내다보고 전략 짜야"

입력 2024-06-02 16:02   수정 2024-06-02 16:51


"일본에 법인을 내는 한국 기업은 연 300곳에 달합니다. 하지만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아요. 최소 3년은 내다보고 단계별 진출 전략을 짜야합니다."

강철호 원티드재팬 대표는 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원티드재팬은 한국 HR테크 기업 원티드랩의 일본 법인이다. 인공지능(AI) 기술을 무기로 보수적인 일본 채용 문화를 바꾸는 게 원티드재팬의 목표다. 엔지니어 출신인 강 대표는 22년 전 일본에 정착해 구글재팬, 야후재팬 등을 거친 인물. 최근엔 한국 스타트업들의 '일본 러시'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22년 동안 일본에 살면서 이 정도의 열기를 느끼는 건 올해가 처음"이라고 했다.

강 대표는 그동안 많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일본 진출을 시도했다가 다시 돌아가는 것을 지켜봐왔다. 그는 최근 불거진 라인야후 사태에 대해 "개인정보 문제에 대해 일본 기업들과 국민들이 굉장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라며 "스타트업들은 일본 진출 전 개인정보 관리와 보안 문제를 확실하게 검증한 후 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에 진출해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초기 단계라 라인야후 사태의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라도 보안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언제든 문제의 당사자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본 진출을 시도하는 한국 기업들 중 제대로 시장 확인을 해보지 않은 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예컨대 한 컨퍼런스에서 일회성 발표를 한 후 특별한 반응이 없으면 '역시 어려운 시장'이라고 판단하고 쉽게 접는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타석에 서서 방망이를 한번은 휘두르려면 최소한 일본에 법인을 만들고 법인장을 채용해서 현지 네트워킹을 해봐야 한다"며 "일본은 새로운 관계를 뚫기 어려운 대신 한번 구축한 관계는 오래 지속되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브릿지 인재'가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한국와 일본 양국의 문화를 모두 이해하고 현지 파트너십을 구축할 능력이 있는 인재다. 그는 "현지 문화를 잘 이해하는 법인장이나 직원을 활용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실험을 시도하면서 들어가는 단계별 성장 전략을 추천한다"고 했다. 원티드재팬이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는 '문샷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샷은 해외 지사장 등 핵심 인재 채용과 현지 법인 설립, 파트너십 구축 등을 지원한다.

일본 채용 시장의 고비용 구조를 혁신하는 게 원티드재팬의 목표라고 했다. 일본 채용 수수료는 구직자 연봉의 30∼35%. 헤드헌터의 경우 50% 이상의 수수료를 받는 경우도 있다. 원티드랩이 한국에서 7% 수준의 채용 당 과금모델을 시장에 정착시킨 것처럼 일본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게 강 대표의 계획이다. 그는 "AI를 활용해 기업들이 원하는 인재를 적은 비용으로 채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일본의 인재 유동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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