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첫 대형 전기 SUV에…SK온,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

입력 2024-06-02 18:56   수정 2024-06-03 00:52

SK온이 제네시스의 첫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GV90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내년 12월 생산할 예정인 GV90은 제네시스의 ‘시그니처’ 전기차 모델로 배터리 품질도 ‘최고’를 지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흑자 전환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SK온에 강력한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온은 GV90에 파우치형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납품하기 위해 충남 서산 공장에 라인을 깔고 있다. 내년 3분기께 납품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온의 GV90용 배터리는 현대차 울산 공장과 오는 4분기 가동할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하이브리드카 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공급할 예정이다.

국내 배터리 3사 중에서 대형 전기 SUV에 배터리를 장착한 곳은 없다. 기아의 EV9만 해도 준대형으로 분류된다.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갤럭시 E5’라는 GV90과 동급인 모델을 올해 출시할 예정인데 배터리는 중국산을 적용한다.

SK온은 ‘전기차 끝판왕’으로 불리는 대형 SUV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하면서 후발주자의 ‘핸디캡’을 단숨에 극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적에도 호재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EV9 한 대에 99.8㎾h 배터리가 들어간다”며 “GV90에 장착될 배터리는 용량이 더 클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가 GV90을 연 2만 대가량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을 고려하면 SK온의 연간 배터리 공급량은 2GWh 이상이다.

SK온은 포드와의 협업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올 1분기에만 331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포드 역시 올해에만 최대 55억달러(약 7조5000억원)의 적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포드와 총 연 127GWh 합작 공장을 짓기로 한 SK온에 타격이 큰 상황이다.

GV90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것을 계기로 SK온과 현대차의 동맹은 더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자금이 부족한 SK온에 총 2조원을 대여해주기로 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SK온이 목표한 올해 흑자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현대차그룹의 연간 판매 실적에 따라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가 2026년 8월부터 생산할 예정인 GV80 EV에 배터리를 공급한다. GV90보다 한 체급 작지만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예정 생산량은 연 6만 대 이상으로 제네시스 전기차 중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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