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현대차 사내 협력업체 소속으로 ‘치장’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 26명이 현대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지난 4월 확정했다. 치장 업무란 최종 검사를 마친 차들을 야적장으로 운전해 수출 일정 등에 맞춰 구분해 주차하는 일이다.
원고들은 2015년 1월부터 사내 협력업체에서 일했다. 이들은 2016년 3월 “현대차와 하청업체 사이에 체결된 도급계약은 실질적으로 근로자 파견 계약에 해당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파견 근로자인데도 현대차가 도급 계약으로 위장해 사용했으므로 직접 고용하라는 취지였다.
1심 재판부는 하청 노동자들의 업무가 차량 생산 공정과 연관성이 있고 원청의 지휘·감독이 이뤄졌다고 판단하며 하청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하청 노동자들의 치장 업무의 구체적인 작업 방법을 정한 작업표준서 등이 존재하지 않으며, 무수행 방식을 현대차가 정했는지 아닌지 확인되지 않는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결을 인정했다.
2심부터 현대차를 대리한 화우는 재판부에 현대차 울산공장 현장 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PPT 변론 방식을 취했다. 박상훈 대표변호사, 오태환 파트너 변호사, 박종철·이정우·윤지현 변호사 등 대리인단이 준비한 발표 자료는 사진과 동영상을 포함해 70장이 넘는다. 오태환 변호사는 “현장에서 하청업체와 원청이 일하는 방식을 입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수시로 공장 현장에 드나들며 확보한 사진, 동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고 밝혔다.
화우 변호인단은 기존 완성차 공장에서 불법 파견이 인정된 판례와 해당 사건이 다르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협력사 대표 등 두 명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도 했다. 협력사가 손익을 부담하면서 독자적으로 사업을 영위한 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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