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新 아프리카 쟁탈전

입력 2024-06-02 18:36   수정 2024-06-03 00:22

중국 외교부 장관의 새해 첫 방문지는 올해도 아프리카였다. 1991년 이후 34년째 이어져 오는 관례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최대 채권국이자, 교역국이다. 중국에 빚을 지고 있는 아프리카 국가는 총 32개국, 대중국 전체 부채 규모는 1400억달러(194조원, 2021년 기준)에 달한다. 중국의 아프리카 교역 규모는 2610억달러(2021년)로 미국(640억달러)보다 4배나 많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30년 이상 공을 들여 상당한 이권을 장악했다. 아프리카 전체 리튬 광산의 75%가 2030년께 중국 통제하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리튬은 전기차 배터리의 주요 소재 중 하나다. 국가 부채의 70%를 중국에 의존하는 홍해 인접의 지부티에는 중국 해군기지가 있다. 아프리카 내 국내총생산(GDP) 2위 국가인 나이지리아에 200개를 비롯해 아프리카 전역에 4000개의 중국 기업이 진출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세력 팽창에 당황한 미국은 최근 2년 새 아프리카 관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12월 아프리카 49개국 정상 및 고위급 대표를 초청해 미국·아프리카 정상회의를 열었다. 그때 한 말이 “미국은 아프리카에 모든 것을 걸었다(US is all in on Africa)”였다. 이듬해 초부터 재닛 앨런 재무장관이 다보스 포럼 대신 아프리카 순방에 나선 데 이어 질 바이든 여사,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매달 아프리카를 연쇄적으로 방문했다.

4~5일 아프리카 48개국이 참여하는 한·아프리카 정상회의가 열린다. 윤석열 대통령은 방한하는 25개국 정상 모두와 회담할 예정이다. 아프리카는 세계 매장량 중 백금 89%, 망간 61%, 코발트 52%를 차지하는 광물 자원 보고다. 중위 연령이 19세인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이다. 부산 엑스포 유치전에서 입증됐듯 각종 국제기구에서 캐스팅 보트도 쥐고 있다. 19세기 아프리카를 강탈한 서구 열강과 달리 우리는 개발도상국의 전범이 될 수 있는 압축 성장의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가 외교의 마지막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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