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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가능성이 높은 올해 북반구에 여름이 왔다. 이상 고온 현상과 가뭄, 폭우, 허리케인 등이 발생해 피해를 입을 위험도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인도와 태국 등에선 이미 폭염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 중부과 유럽에서도 이상 고온으로 인한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도 서태평양, 인도양 및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 상승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덥고 강수량도 많아질 전망이다.
날씨에 대한 우려로 벌써 천연가스와 석탄 등 에너지를 비롯해 밀과 커피 등 농작물 가격이 꿈틀대고 있고, 전쟁으로 인해 홍해 통항이 어려워진 가운데 가뭄으로 인해 파나마 운하의 물류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형 산불이 발생할 확률도 높아지면서 원자재 업계는 물론 보험회사도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재보험사 뮌헨 리(Munich Re)에 따르면 지난해 극심한 이상 기후와 지진 등의 재해로 전 세계적으로 2500억달러(약 344조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세계 평균 기온 신기록 경신 확률 61%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산하 국립환경정보센터(NCEI) 자료를 인용해 지난해 작년에 이어 올해 최고 온도 신기록을 세울 확률이 61%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지난 1~4월 평균 기온은 175년 만에 가장 더웠고, 올해가 역사상 가장 뜨거운 날씨 5위 이내에 드는 것은 거의 확실시된다고 전했다.한국도 지난달 24일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날씨 전망(6~8월)에 따르면 6월과 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이 50%, 비슷할 확률이 30%로 나타났다. 7월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확률이 각각 40%다. 바꿔 말하면 더위가 예년과 같거나 더 극심할 확률이 80~90%란 얘기다. 일본 기상청의 분석도 비슷하다.
올여름 예상되는 라니냐(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은 상태)는 대서양에는 허리케인을, 미국 서부와 남부에는 건조 현상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수석 과학자인 제니퍼 프랜시스는 블룸버그통신에 "올해 여름 미국 중부와 유럽에 극심한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빵, 과자, 커피값 또 오르나
폭염과 허리케인은 농작물 작황에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수확량 추정치가 줄어들면서 밀 선물 가격은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비싼 수준이 됐다. 미국의 곡창지대인 캔자스의 대부분이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까지는 작년보다는 작황이 나을 것으로 예상하지만 앞으로 한 달 이내에 더위가 더 심해지고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데이브 그린 밀 품질위원회 부대표는 블룸버그통신에 "예상 수확량을 얻으려면 비가 빨리 내리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초에는 밀 경작 지역인 브라질 히우그란지두술주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지난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 인도분 적색연질 밀 가격은 부셸(약 27.2㎏) 당 7.2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연초보다 약 12% 올랐고, 작년 같은 시기와 비교해도 9.8%가량 높은 수준이다. 커피 시장도 브라질과 베트남의 기상 악화로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이번 달 씨티그룹은 "스타벅스와 같은 업체들이 선호하는 고급 원두인 아라비카 커피 선물은 앞으로 수개월 동안 약 30% 올라 파운드당 2.6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파운드당 2.6달러는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7월물)은 지난주 후 파운드당 2.2달러대에서 거래됐다. 비교적 저렴했던 로부스타 원두 선물 가격 역시 사상 최고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지난 4월 하순에 사상 최고인 ㎏ 당 4.58달러까지 치솟았고, 지난달 말 소폭 내린 4.12달러 수준을 기록했다. 로부스타 원두 가격은 3년 전 ㎏ 당 1.6달러 수준이었다. 다만 옥수수와 콩은 올들어 가격이 내림세다.
오렌지는 최대 산지인 브라질과 미국에서 폭우, 한파, 감귤 녹화병 등으로 작황이 저조하다. 오렌지주스 원액 선물 가격은 지난달 28일 파운드당 4.87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연초 대비 45%가량 급등했다.
가뭄으로 인해 주요 수로에서 운송 문제가 발생하는 등 물류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작년 말부터 기록적 가뭄이 발생했던 파나마 운하는 통행량이 1일 36척 수준에서 절반까지 줄어들었다. 다행이 최근 비가 내리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안정됐던 천연가스 가격 또 오를 수도
한국 등 동아시아와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이 50% 이상 급등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씨티그룹 애널리스트들은 지난달 "극심한 더위, 허리케인으로 인한 미국 수출 차질, 남미의 수력 발전을 위협할 가뭄 악화 등의 '퍼펙트 스톰'이 벌어지면 유럽과 아시아의 가스 가격이 50~60% 급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북아시아 한국·일본(JKM)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지난주 MMBtu(열량 단위) 당 11.9달러로 지난해 같은 시기과 비슷한 수준이다. 천연가스 대국인 미국 내 가격도 마찬가지다. 컨설팅 업체 트레디션에너지의 게리 커닝험 이사는 "에어컨 사용이 증가하면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하반기에 MMBtu 당 4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스 생산 기업들이 최근 하락한 가격 때문에 가스 생산량을 줄이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헨리허브 천연가스 가격은 지난주 MMBtu 당 2.6달러대에서 거래됐다.
북미 지역의 산불도 석유와 천연가스 시장에 위험 요소다. 지난해 캐나다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석유 및 가스 시추 업체들이 하루 최대 30만 배럴의 생산을 중단하기도 했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석유와 LNG를 수입하고, 미국은 캐나다에서 석유를 수입하기 때문에 캐나다의 석유 생산 차질은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수출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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