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형규 "옆에 서 있어도 '선업튀' 김영수인걸 몰라 봐요" [인터뷰+]

입력 2024-06-04 06:00  


tvN '선재 업고 튀어'에서 많은 배우들이 빛을 봤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을 꼽자면 허형규가 아닐까. 착한 사람들만 나오는 '선재 업고 튀어'에서 허형규가 연기한 김영수는 유일한 악역이자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키맨'이었다. 실제로는 짝눈도 아닐뿐더러 "임솔과 류선재의 로맨스를 응원하며 누구보다 과몰입했다"는 그는 "극 초반 제가 나온다는 사실도 말하지 못해 입이 근질근질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마지막 회가 시작하자마자 1분컷으로 사망하는데, 시청자들이 너무 좋아해 주시더라"라며 "방영 내내 인스타그램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세계 각국에서 '칼', '경찰' 이모티콘을 받았다"고 전하며 웃음을 자아냈다.

'선재 업고 튀어'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최애' 이클립스 류선재(변우석 분)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고군분투하는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의 모습을 담은 작품. 방영 내내 화제성 1위를 기록하며 시청률을 뛰어 넘는 영향력을 보여줬다. 방송가에서는 '시청률 무용론'이라는 말까지 나왔을 정도.

허형규가 연기한 김영수는 임솔과 류선재의 운명적인 사랑에 걸림돌이 되는 인물이었다. 사이코패스로 연쇄살인을 이어가던 김영수는 자신의 범행 대상이 됐던 임솔을 살해하려 할 때마다 류선재가 방해한다는 이유로 이 둘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였다. 류선재의 비극적인 죽음은 김영수로 비롯됐고, 임솔은 이를 막기 위해 시간여행을 하는 과정이 16회에 걸쳐 펼쳐졌다.

긴 대사 없이 짝눈의 근육을 떠는 것만으로도 임솔과 류선재에 대한 분노, 반감을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며 그야말로 미친 존재감을 선사한 허형규는 "이런 관심과 주목이 처음"이라며 "이전까진 팔로우 수가 늘어나고, DM 정도로만 느꼈는데, 마지막 회 단관 이벤트를 하면서 처음 시청자분들과 마주하면서 '우리 작품을 진짜 많은 사람이 사랑해주셨구나'라는 걸 체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하도 짝눈으로 다니니 '선재 업고 튀어'를 휴대전화로 보시는데, 제가 옆에 서 있어도 모르더라"라며 '웃픈' 경험담을 소개했다.

"기차 플랫폼에서 제가 앉아있는 양옆에서 '선재 업고 튀어'를 보시더라고요. 특히 왼쪽에 계신 분은 7부라 과거에서 제가 솔이와 선재를 위협하고, 현재에서는 납치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제가 나온 분량이 끝나는 시점에 그분이 커피를 다 마시고 쓰레기통에 버리면서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못 알아보셨어요. 잠깐 눈이 마주쳤을 때 '아는 척하시면 어떻게 인사해야 하나'라고 고민했는데, 순식간에 바로 화면을 쳐다보시더라고요.(웃음) 절 다시 봐주실 줄 알았는데, 끝까지 화면에만 집중하셨어요."

김영수의 짝눈 설정은 대본에 있던 게 아닌, 허형규의 아이디어였다. "악역을 할 때 이런 설정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연습했던 부분을 '선재 업고 튀어' 미팅 때 보여드렸고, "길게 찍어도 유지가 가능하다"는 그의 말에 단숨에 합격 통보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선재 업고 튀어' 촬영 후 짝눈이 심해진 거 같다"며 "이건 산재같다"고 너스레를 떨 만큼 유머 감각도 뛰어난 허형규이지만 그가 연기한 김영수에 대해 "절대 이해해서도, 이해할 수도 없는 인물"이라며 냉정함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신의 악행에 유일한 실패자였던 임솔, 방해자였던 선재를 처치하려고 했을 뿐, 그에겐 어떤 서사를 줘서도 안 된다"며 "혐오스러운 인간"이라고 악평했다. 그러면서 "어떻게 솔이가 거기 있다는 얘길 듣고 단포리까지 쫓아가냐"며 "정말 징글징글하다"고 덧붙여 폭소케 했다.

김영수 역에 몰입하기 위해 '선재 업고 튀어' 대본을 볼 때 솔과 선재의 사연도 오히려 자세히 보지 않았다는 허형규는 "그래서 방송을 보면서 그 누구보다 두 사람의 사연에 몰입했다"며 "두 사람의 아름다운 사랑을 보며 마음이 약해질까 봐 일부러 그들의 이야기를 보지 않았고, 촬영할 때에도 거리를 뒀지만, 이후 본방사수를 하면서 선재 역의 변우석과 문자를 주고받으며 친해졌다"고 전했다.

경북 포항에서 자라 한 해에 서울대만 수십명을 보낸 지역 명문고를 졸업한 허형규는 "고등학교 3학년 때 영화 '친구'를 보면서 배우를 꿈꾸게 됐다"며 "수능 시험을 보고 연기 학원에 등록해 연극영화과 시험을 봤는데 합격해 지금까지 오게 됐다"며 덤덤히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얘가 모의고사 성적이 안나와 '배우가 되겠다'고 하는 건가'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이 "'선재 업고 튀어'에 제가 나온 걸 보면서 굉장히 좋아해주셨다"며 "주변에서도 '형규 아니냐', '사인 좀 해달라'는 말을 들으시니, 저도 최근에 포항에 다녀왔다"면서 웃었다.

'선재 업고 튀어' 출연 이후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SNS로 DM을 받고, 방송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는 평을 받는 허형규다. '선재 업고 튀어' 엔딩과 김영수의 행보를 두고 워낙 말이 많았던 만큼 "주변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조심했다"는 그는 새 작품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와 함께 "예능에 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의 유머 감각을 예능 프로그램에서 뽐내고 싶다는 것.

"제가 생각보다 위트있고 개그감 있다는 얘길 많이 듣거든요.(웃음) 제가 점잔빼고 그런 스타일이 아니거든요. 예전에 '고생 끝에 밥이 온다'라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는데, 좋은 기억이 됐어요. 토크쇼건, 버라이어티건 뭐든 상관없으니 불러만 주세요."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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