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의 '기내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디올백 수수 의혹으로 논란이 일었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검색량을 웃돌 정도로 관심이 뜨거운 것이다. 김정숙 여사 논란을 계기로 국민의힘은 공세로 태세를 전환하며 관련 특검법을 예고하고 나섰다.
잊혀가던 영부인의 재소환
3일 검색량 지표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김정숙 여사의 검색량은 50으로 추정된다. 이는 김건희 여사의 30을 한참 웃도는 수준이다. 구글 트렌드는 가장 검색량이 많을 때를 100으로 두고 상대적인 추이를 나타내는 지표로 대중의 관심도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김정숙 여사가 김건희 여사의 검색량을 앞선 것은 지난 2022년 3월 말 이후 처음이다. 당시에도 김정숙 여사는 옷값, 단골 의상 디자이너 딸의 청와대 채용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김정숙 여사 관련 검색어 상위권에는 '타지마할', '샤넬', '디자이너', '옷값', '버킷리스트' 등이 올라와 있다. 이번에 논란이 가열되면서 김정숙 여사의 '샤넬 재킷' 등까지 재소환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김정숙 여사 논란은 지난 2018년 인도를 방문하면서 사용한 식비가 논란이 되면서다. 당시 김정숙 여사를 포함한 대표단 36명은 기내식비로만 6292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기내식으로 4끼를 먹었는데 계산하면 한명이 43만7000원짜리 한 끼 식사를 한 셈이다. 공무원 여비 규정에서 인도는 '나'군에 속한다. 출장 식비는 1일 136달러(18만8000원·장관급)이다. 기내식으로만 이를 훌쩍 넘은 것이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은 '셀프 초청'이라는 논란도 있다. 배현진 의원실에 따르면 허 왕후(가야 김수로왕의 비) 기념공원 착공식을 위해 2018년 9월 인도 측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초청 의사를 먼저 밝혔으나, 일정상 불발되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초청했다. 그해 10월 청와대는 인도 측에 "김정숙 여사를 초청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인도 정부가 총리 명의의 초대장을 보냈다고 한다. 아울러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방문도 원래 사전 일정에 없었고, 이후 출장보고서에도 실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文 회고록이 쏘아올린 공
논란에 불을 피운 것은 문 전 대통령이다. 그는 최근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에서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을 두고 "영부인의 첫 단독 외교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나로서는 인도를 또 가기 어려워 고사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하더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문 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가 오히려 디올백 논란으로 잠행했던 김건희 여사는 물론, 수세에 몰렸던 여권에도 빌미를 줬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전에도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논란은 있었으나 최근까지는 관심을 다시 가질 요인이 없었는데, 문 전 대통령이 잊혀져가던 해당 이슈를 갑자기 재소환한 꼴이라는 것이다.
최근 채상병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으로 방어전을 치러야 했던 여당은 공세로 전환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 의혹을 "명백한 국정농단"이라고 규정하면서 특검 도입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이 김정숙 여사 특검 수사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법의 수사 대상에는 김정숙 여사의 ▲ 인도 방문 관련 직권남용·배임 의혹 ▲ 옷값 특수활동비 사용 의혹 ▲ 청와대 경호원 수영 강습 의혹 ▲ 단골 디자이너 양모 씨 행정관 부정 채용 의혹 ▲ 딸 문다혜 씨와 양 씨의 대가성 금전 거래 의혹 등 그간 제기된 각종 의혹이 모두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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