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35년부터 동해 광구에서 석유와 가스를 생산한다는 소식에 국내 석유·가스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조절이나 전쟁 등 예기치 못한 리스크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원유·가스를 조달받는 산유국의 이점을 누릴 수 있지만, 채굴 등 개발비가 너무 많이 들면 채산성이 떨어질 수도 있어서다. 광구 사업은 채굴 가능성을 확인한 이후에도 실제 매장량이 얼마인지, 채굴 난도는 어느 수준인지 등을 따져봐야 지금 단계에서 성공 가능성은 예단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해 석유·가스전 사업은 한국석유공사, 한국가스공사 등이 주도하고, 국내외 기업들이 지분을 투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원료를 생산해 판매한 금액을 지분율대로 배당하는 생산물분배계약 방식이다. 과거 동해-2 가스전을 개발할 땐 한국석유공사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각각 7 대 3의 지분으로 사업을 꾸렸다.
동해 석유·가스전에 매장된 원유는 최대 35억 배럴로 추정된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가 연 10억배럴의 원유를 100% 수입하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일정량을 국산 원유로 대체할 수 있다. 운송 기간 및 비용을 줄일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오면 3~4주가 걸리는데, 동해에선 3일 내 운송할 수 있어서다. 그만큼 해상 운송비와 보험료를 아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원유 수입 관세(약 3%)도 면제된다.
정유업계에서는 원값이 배럴당 80달러일 때, 4~5달러 정도가 운임비·관세·보험료 등으로 나가는 것으로 추정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배럴당 몇 센트만 싸더라도 구매처를 옮기는 게 정유사들”이라고 말했다.
가스공사와 도시가스 사업자, LNG를 활용하는 발전 사업자(SK E&S, 포스코인터내셔널, GS에너지 등)도 원료 수급이 안정될 것이라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일부 발전용을 제외하고 모든 원료를 가스공사로부터 구매하고 있다. 모두 해외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통해 해상으로 들여오는 구조다.
반면 동해 가스전은 국내 터미널과 가까워 해저 파이프로 연결하는 파이프라인천연가스(PNG) 사업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LNG 운반선으로 들여오는 것보다 비용이 절감돼 전력 및 도시가스 생산원가가 낮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가스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인 데다 실제 사업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예단하기 어렵다”면서도 “국제 관계 리스크에 따른 가스 가격 급등 충격을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스전에서 나오는 탄소를 포집·저장하는 CCS 사업도 함께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증시에선 석유·천연가스 관련 기업들이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오른 10개 종목 중 7개 종목이 석유·가스 관련 종목이었다. 한국가스공사는 가격제한폭(29.87%)까지 오른 3만8700원에 장을 마쳤다. 석유화학제품을 제조·유통하는 한국석유, 배관용 강관기업 동양철관, 석유 유통기업 흥구석유 등도 각각 상한가에 장을 마감했다.
외국 원자재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증권(ETN)들도 줄줄이 상승세를 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경제성이 얼마나 있는지, 실제로 사업화할 수 있는지 등이 확인된 프로젝트가 아니다”며 “각 기업의 펀더멘털에 즉각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 아닌 만큼 ‘묻지마 투자’엔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규/선한결 기자 kh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