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산단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설 건축물은 자재·재고 등을 보관하는 창고로, 산단에 입주한 중소기업이 주로 마당에 설치했다. 건폐율에 적용되지 않으며 지금까지 존치 기간이 자동 연장돼 반영구적으로 사용해왔다.
수도권에 있는 남동산단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규제와 공장 용지 부족 등으로 공장 신증설이 쉽지 않다. 게다가 최근 원부자재 비용 증가, 고금리 지속, 고환율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건물 증축은 언감생심인 기업이 대부분이다. 가설 건축물을 설치한 일부 중소기업이 이행강제금 부과 처분을 감수하더라도 존치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해 7월 가설 건축물은 자체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도록 지침을 개정했으나 2022년 6월 수립된 남동국가산단 지구단위 계획안에는 가설 건축물 설치 기준이 없어 철거해야 하는 상황이다.
남동산단에서 자동차 액세서리를 생산하는 D업체의 서모 사장은 “규모가 큰 기업은 운반용 트럭을 마당까지 몰고 와 물건을 하역하지만, 중소업체는 대부분 도로에서 작업해 가설 건축물로 옮겨 보관한다”며 “이 시설을 철거하면 우천 시에도 재고를 노천에 방치할 수밖에 없어 공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남동산단 입주 기업을 지원하는 기초자치단체인 인천 남동구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법령에 따라 1500여 개 가설 건축물을 철거하면 기업의 항의가 쏟아지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에도 먹구름이 끼기 때문이다. 구 관계자는 “국토교통부는 인천시와 우선 협의해야 한다고 보고, 인천시는 국토계획법과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시 관계자는 “가설 건축물이 화재 등에 취약해 관리가 힘든 게 사실”이라며 “지구단위계획을 수정하는 방안 등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인천상공회의소도 정부에 ‘가설 건축물 존치 기간 예외 적용’을 건의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
인천=강준완 기자 jeff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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