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계 안팎에서는 올 시즌 도입된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이 영건의 약진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BS로 야구계의 ‘마태 효과’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마태 효과는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 1969년 주창한 개념이다. 머튼은 무명 과학자가 저명한 과학자와 비슷한 연구 성과를 내도 연구비 지원은 저명한 과학자가 많이 받는 현상을 마태 효과라고 했다. 그런 현실을 ‘무릇 있는 자는 받아 넉넉해지고 없는 자는 있는 것도 빼앗기리라’는 마태복음 구절에 빗댄 것이다.
야구계의 마태 효과는 심판이 유명 선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정하는 경향을 뜻한다. 제구력이 좋기로 유명한 투수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모호한 공을 던졌을 때 대충 들어왔겠거니 하고 스트라이크로 판정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ABS는 누가 유명 선수인지 모른다. 따라서 유명 선수에게 유리하게 판정하는 편향도 없다. 이런 변화는 베테랑보다는 젊은 선수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김원용 럿거스대 교수와 브레이든 킹 노스웨스턴대 교수가 2014년 발표한 ‘메이저리그 판정의 마태 효과와 지위 편향’ 논문이 흥미롭다. 논문은 심판이 올스타로 여러 번 선발된 투수에 대해서는 볼을 스트라이크로 판정하는 비율이 높고,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하는 비율은 낮다는 점을 밝혀냈다. 올스타 경력이 없는 투수는 스트라이크를 볼로 판정받는 비율이 높았다.
심판 판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선수 이름값 말고도 많다. 대니얼 해머메시 텍사스대 교수 등은 2004~2008년 메이저리그의 투구 350만 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심판이 같은 인종인 투수에게 후한 판정을 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메이저리그 심판의 89%, 투수의 70%가 백인이었다. 스트라이크존이 투 스트라이크 이후엔 좁아지고 스리 볼 이후엔 넓어지며, 같은 코스에 들어간 공도 원정팀 투수가 던졌을 땐 볼로 판정되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ABS가 정말 젊은 선수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지는 더 지켜보고 판단할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 심판이 저지를 수 있는 편향, 야구계의 마태 효과는 사라졌다. 우리 사회 다른 분야에도 ABS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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