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 전문가와 경영계가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밸류업)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 부담을 우선적으로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주주가 상속·증여 때 세금을 덜 내려고 주가를 눌러두는 경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한다는 설명이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3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업 밸류업을 위한 세제 개선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저평가된 우리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게 하고 해외 투자자의 국내 기업 투자를 유인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적극적인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며 “상속세율과 과세 방식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박성욱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교수는 “상속받는 기업인은 상속세 부담 때문에 지분 매각이나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상속세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투자 보류, 고용 불안, 지배구조 불안 등을 야기해 기업 가치가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 50%인 상속세 최고세율을 10%포인트 인하하고 세율 10%를 적용하는 과세표준을 현재 ‘1억원 이하’에서 ‘15억원 이하’로 완화하는 안을 제시했다.
윤태화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상속세 부과 방식을 유산세에서 유산취득세로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상속세는 고인이 남긴 재산 전체에 세금을 매기는 데 비해 유산취득세는 각자 상속받은 만큼 세금을 내기 때문에 전체 세금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과 같은 부과 방식을 채택한 나라는 미국 영국 덴마크 등 4개국뿐이다. 윤 교수는 “넥슨그룹 지주사 NXC 유가족이 지분 29.3%에 대한 상속세를 내지 못하면서 정부가 2대주주가 됐다”며 “이렇게 되면 기업은 점점 국가 소유가 되고, 기업인은 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법인세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커머스컨설팅업체 가비파트너스의 송호경 대표는 “최근 국내가 아니라 케이맨제도, 홍콩 등에 법인을 세우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며 상속세뿐만 아니라 한국의 법인세 경쟁력이 다른 국가에 비해 낮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법인세 명목 최고세율이 24%로 OECD 평균 최고세율(21%)을 웃돈다. 정부는 배당을 늘리거나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 환원을 확대한 기업에 법인세를 깎아주는 세법 개정을 검토 중이다.
금투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연말에 떨어지는 주식은 더 떨어지고 오르는 주식은 더 오르는 12월 효과가 우려된다”며 “주식의 편차가 심해지면서 시장 불안이 초래될 수 있다”고 했다.
조만희 기획재정부 소득법인세정책관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을 뒷받침하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다양한 의견 수렴과 함께 사회적 공감대를 토대로 적정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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