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AI 반도체 전쟁에서 한국이 변방으로 밀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각 기업이 설계한 AI 서비스를 제대로 구현하려면 범용 칩이 아니라 맞춤형 반도체가 필요한데, 한국 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힘을 못 쓰고 있어서다. 핵심인 반도체 칩 설계는 엔비디아 애플 AMD 등 미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 천하다. 이들의 주문을 받아 반도체를 제조하는 파운드리와 패키징은 대만 TSMC가 꽉 쥐고 있다.
이렇게 미국 빅테크들과 대만 TSMC가 맺은 파트너십에 한국 기업이 끼어들 틈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엔비디아와 AMD가 최근 대만에 AI 연구개발(R&D) 센터를 짓는 등 동맹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미국·대만 듀오’가 장악한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 시장 규모(2023년 기준 620조원)는 한국이 잘하는 메모리 시장(179조원)보다 3.5배 크다. 2022년 31%였던 한국의 10나노미터(㎚) 미만 첨단 반도체 생산 점유율이 2032년 9%로 쪼그라들 것이란 분석(미국반도체협회)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 반도체 전문 대학교수는 “미국과 대만이 ‘그들만의 리그’를 구축하면서 한국은 AI 반도체 대전에서 ‘외딴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타이베이=박의명/황정수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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