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의 힘…'최빈국' 가이아나 수직성장, 노르웨이는 1위 국부펀드 운용

입력 2024-06-03 18:40   수정 2024-06-04 02:12

동해 심해에 석유와 가스가 대규모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통령실 발표가 나오면서 실제 유전 개발에 성공할 경우 창출될 경제적 효과에 관심이 쏠린다. 해저 유전 개발에 성공한 일부 국가는 원유 매각 대금을 산업구조 개혁 등에 적절히 활용해 성장을 촉진했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유전을 발견해 신흥 부국으로 올라선 대표 국가로 남미 동북부 대서양 연안의 가이아나가 거론된다. 1910년대 중반부터 주변 바다 탐사에 나선 가이아나는 한 세기 뒤인 2015년께 원유 매장량을 확인했다. 미국의 석유 메이저 엑슨모빌이 가이아나 앞바다에서 대규모 유전을 발견했는데, 당시 이 회사에서 유정 시추 평가 등을 주도한 사람이 액트지오 창업주 빅토르 애브루다. 액트지오는 한국 정부가 이번 원유 탐사를 맡긴 회사다.

가이아나 인근 해상에선 원유가 하루에 60만 배럴 이상 생산된다. 가이아나는 2027년까지 추가로 유전을 개발해 하루 120만 배럴을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농업 국가였던 가이아나는 1인당 국민소득이 2018년 6000달러에서 2022년 1만8000달러로 수직 상승했다. 2022년 경제성장률은 62.3%에 달했고 작년에도 38%를 기록했다.

북부 유럽 국가도 북해 유전 개발을 기반으로 경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르웨이 정부는 1963년 유전을 개발한 후 여러 실패를 거듭하다 1971년부터 원유를 생산했다. 노르웨이 석유 및 가스 산업은 국가 주도로 운영되며 수익은 복지 재원 등으로 활용된다. 석유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국부펀드인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의 운용 자산은 1조3382억달러(2022년 6월 말 기준)로 세계 국부펀드 중 가장 많다.

영국도 1971년 북해에서 발견한 브렌트 유전을 기반으로 국가 개혁에 나선 나라로 여겨진다. 영국은 1973년과 1979년 1, 2차 석유파동 당시 적극적으로 석유를 수출하면서 과도한 사회복지 등으로 바닥난 국고를 채울 수 있었다. 1979년 총리가 된 마거릿 대처가 민영화와 재정 구조조정 등 각종 개혁을 과감히 추진할 수 있었던 것도 유전 개발 성과라는 밑거름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외신도 일제히 이날 유전 탐사 결과를 보도하면서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 지도까지 그려가며 비중 있게 보도했다. 동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나오자 일본과 공동 개발을 추진해온 제주도 남단의 ‘7광구’도 다시 조명받고 있다. 한·일 정부는 1974년 공동개발협정을 맺고 이 지역을 탐사해 왔지만 현재는 협력이 중단된 상태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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