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 발표가 끝난 뒤에도 '큐리언트' 명찰을 보고 'Q901'로 임상을 진행하고 싶다는 임상의들의 요청을 여럿 받을만큼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만난 남기연 큐리언트 대표는 큐리언트의 핵심 파이프라인 Q901 임상 결과를 발표한 이후 관심과 질문이 쏟아졌다고 말했다. 큐리언트는 지난 1일 CDK7 억제제인 Q901 임상 중간 결과 암종에 관계없이 모든 용량 구간에서 내약성과 안전성이 증명됐다는 내용을 현장에서 발표했다.
CDK7는 세포의 분열 주기를 조절하는 핵심 인자다. Q901은 CDK7를 억제해 DNA 손상·복구 과정을 억제하고, 유전체 불안전성을 높여 세포사멸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 대표는 "Q901의 안전역(safety margin)은 지금까지 개발된 대부분의 CDK7 억제제의 5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약리적 바이오마커뿐 아니라 타깃 결합 바이오마커도 용량에 따라 움직였다는 부분이 고무적"이라고 했다.
이번 결과는 향후 Q901과 항체약물접합체(ADC)와의 병용 가능성을 높인 것으로 평가된다. 남 대표는 "기본적으로 독성을 가진 ADC와 병용하려면 안전성을 확보하는게 필수인데 충분한 안전성이 증명됐다"고 했다.
큐리언트는 지난달 21일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 국립암연구소(NCI)와 공동연구개발협정(CRADA)을 맺고 Q901과 TROP2 타깃 ADC의 병용요법 임상 1·2상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에 발표한 결과에서 Q901의 효능도 일부 입증됐다. 약물에 반응을 보인 환자 18명 중 5명에서 안정병변(SD), 1명에서 부분관해(PR) 결과를 얻었다. 큐리언트는 현재 5번째 코호트, 126mg/m2 용량 투약을 진행 중이다. 곧 임상 2상 권장 용량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평균 4회 이상 표준치료를 진행했지만 재발된 이력이 있는 난치성 암 환자를 대상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남 대표는 "더 이상 치료할 수 없는 옵션이 없는 고형암 환자를 무작위로 받았는데 효과를 보였다는게 긍정적인 결과"라고 했다. 대상 암종은 암종은 전이성 난소암, 거세저항성 전립선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소세포폐암, 췌장암 등이었다.
텔라세벡은 남 대표가 한국파스퇴르연구소로부터 도입한 물질이다. 기존 항생제 내성 여부와 관계 없이 효과적으로 결핵균을 사멸시킬 수 있는 신약이다. 큐리언트는 지난해 2월 텔라세벡을 결핵치료제 개발 전문 국제기구인 TB얼라이언스로 기술이전했다. TB얼라이언스는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큐리언트는 계약금와 마일스톤을 수령하는 대신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시 발급되는 PRV를 받기로 계약했다. 제품 판매 시 수익에 따른 로열티도 지급된다.
PRV는 열대소외질환 등의 치료제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FDA가 제공하는 인센티브 제도다. PRV를 사용하면 보통 1년 이상 소요되는 신약 승인 검토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할 수 있다. 다국적 제약사 등에 높은 값으로 판매가 가능한데 최근 시세는 1억달러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남 대표는 "그간 PRV는 대부분 희귀소아질환을 대상으로 발급됐는데 이 제도가 2026년 9월 이후 폐기되면서 PRV의 가치는 점차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시장에서는 2026년경 PRV의 가치는 2~3억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큐리언트는 지난 5월 호주 임상심사위원회(IRB)로부터 텔라세벡의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텔라세벡은 2018년 FDA로부터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받아 2상 전후로 조건부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 대표는 "임상에 2년 정도 소요돼 PRV 수령 시점을 2026년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했다.
시카고=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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