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스튜디오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네이버웹툰 상장에 따른 '낙수 효과' 기대가 커진 덕이다. 공모금이 웹툰 시장에 유입돼 파이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적자 행진에 신음하던 키다리스튜디오는 1분기 흑자 전환하며 체질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4일 오후 2시 43분 현재 키다리스튜디오는 전일 대비 1.61% 오른 5670원에 거래되고 있다.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29일 4395원이던 주가는 연일 오르더니 30% 가까이 뛰었다. 키다리스튜디오 주가가 5000원을 웃돈 건 2개월 만이다. 시가총액도 1810억원에서 2090억원 수준으로 불어났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주가는 부진했다. 회사 외형은 커졌지만 적자가 지속된 영향으로 보인다. 키다리스튜디오는 2022년 3분기부터 작년 3분기까지 5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2년 연속 순손실을 나타내기도 했다.
작가에 지급하는 정산금이 실적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레진코믹스를 운영하는 레진엔터테인먼트를 보면 작년 매출액은 778억원으로 1년 새 5억원가량 줄었다. 하지만 매출원가는 517억원에서 537억원으로 20억원 늘었다. 매출원가엔 작가 정산료 등이 포함된다.
과거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웹툰작가 기안84는 "만화가 시절이 수입은 더 좋았다"며 "웹툰 작가 10년 하면서 보니 지금 1등 하는 사람들이 과거에 비하면 10배 이상 번다. 시장 파이가 커져서"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주 1회 연재하는 작가의 연간 수입은 1억1870만원이었다.
주가는 네이버웹툰이 상장 절차를 본격화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네이버웹툰을 운영하는 '웹툰 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31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네이버웹툰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30억~40억달러(약 4조1550억~5조5400억원)로 추산하고 있다. 콘텐츠 대장주 CJ ENM(1조9342억원)의 시가총액을 크게 웃돈다. 이번 상장을 통해 네이버웹툰은 최대 5억달러(약 7000억원)를 조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이버는 웹툰 엔터테인먼트의 지분 71.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번 상장을 계기로 웹툰 섹터가 재평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윤예지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섹터 최대형주 상장이라는 모멘텀(상승 동력)이 발생해 웹툰 중소형주 바스켓(묶음) 매수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며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이 섹터에 재투자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웹툰 섹터는 조 단위 대형주 상장에 제동이 걸리며 기관 자금이 들어오지 못해 성장이 어려웠다"며 "이번 상장으로 섹터가 본격적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웹툰 업계 3위 업체다. '양대 산맥' 네이버·카카오를 빼면 관련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과거 키다리스튜디오는 애플 컴퓨터(매킨토시) 국내에 유통하며 성장했다. 2009년부턴 전자책 사업으로 확장했고, 2018년 봄코믹스를 흡수 합병하며 웹툰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봄툰·델리툰·레진코믹스 등 웹툰 플랫폼 세 곳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매출에서 웹툰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91.5%에 달한다.
일각에선 이번 상장으로 네이버웹툰의 영향력이 커지면 중소업체 입지가 좁아질까 우려한다. 하지만 키다리스튜디오 측은 문제가 없단 입장이다.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과 독자층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봄툰은 성인 여성용, 레진코믹스는 성인용 콘텐츠를 주로 다룬다. 특히 봄툰은 BL(Boy's Love)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 BL은 남자끼리 사랑을 다룬 장르다. 레진코믹스에선 레바, 김파스 등 인기 작가의 웹툰을 볼 수 있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지난해 4분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에도 영업이익 5억원을 거뒀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선 키다리스튜디오의 연간 영업이익이 48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웹툰 사업 외 MD 사업이 효자 노릇을 할 전망이다.
MD 사업은 웹툰과 같은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상품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사업이다. 작년 4분기 MD 사업의 매출액은 17억원, 영업이익은 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분기 매출액은 62억원,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늘었다. 분기별로 굿즈 팝업 스토어를 개최하는 등 판촉 행사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익 개선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부채는 소폭 늘었다. 1분기 기준 키다리스튜디오의 부채는 1400억원 수준이다. 작년 말에 비해 유동부채가 40억원가량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코미코 태국 법인을 인수하며 부채가 늘었다"며 "부채를 줄일 계획이며 현재는 영업이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키다리스튜디오는 NHN으로부터 코미코 태국 법인을 인수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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