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수리 후 2년 간 재수련 불가"…중대 기로에 선 전공의들

입력 2024-06-04 10:54   수정 2024-06-04 10:59


정부가 전공의 집단 사직에 따른 의료 공백을 일단락시키기 위해 4개월 간 이어져온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등 각종 행정 명령을 철회할 전망이다. 그간 사직서 수리를 요구해온 전공의들이 개원 및 다른 병원 취업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하지만 일단 수련 받던 병원에서 사직을 할 경우 현실적으로 2년 뒤에야 재수련이 가능해 전공의 내부적으론 상당한 동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개최한다.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브리핑의 핵심 내용은 정부가 지난 2월20일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을 앞두고 각 수련병원에 내린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의 철회다.

전공의들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20일을 기점으로 일제히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떠났고, 아직도 90% 넘게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전공의에 대한 사직 허용은 이처럼 낮은 복귀율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미 지난 5월21일로 전공의들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정상적으로 치를 수 있는 마지노선이 지나고, 내년도 의대 증원도 확정된 상황에서 현상 유지보단 국면 전환이 복귀율을 높이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명령 해제로 사직이 허용되면 수리 여부는 각 병원장과 병원에 맡겨진다. 각 병원은 미복귀 전공의들에 대한 면담을 통해 최종 복귀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일부 대형 병원은 전공의가 최종 사직하더라도 일반의로 채용해 의료 공백을 메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간 정부에 요구해온 사직서 수리가 허용됐지만 전공의들이 오히려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 동안엔 복귀하지 않는 명분을 정부 탓으로 돌릴 수 있었지만 이젠 스스로가 복귀와 미복귀를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사직서가 수리되기 전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해선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집행유예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커리어 불이익을 최소화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전공의가 실제 사직하게 될 경우 불이익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정부에 따르면 수련 병원에서 사직한 전공의는 1년 간은 어느 병원에서든 다시 수련을 받을 수 없다. 원칙적으로 수련병원들의 전공의 선발은 3월에 이뤄지고, 일부 필수과에 결원이 생긴 경우 9월에도 채용이 이뤄진다.

때문에 이번에 사직처리된 전공의는 올해 9월께로 예상되는 주요 수련병원들의 결원 채용에 응시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빨리 복귀할 경우 최소 내년 9월, 현실적으론 2026년 3월에야 수련 복귀가 가능한 셈이다.

갈수록 5대 병원 등 인기 수련병원 전공의 진입이 어려워지는 것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원하는 전공의들에겐 부담스러운 요소다. 정부는 의료개혁 최우선 과제로 상급종합병원의 전문의 중심 병원 전환을 제시한 상황이다. 현재 40%에 달하는 상급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를 중장기적으로 20%로 낮추는 것이 목표다.

이 같은 개혁의 일환으로 정부는 내년부터 주요 수련병원의 전공의 TO를 점진적으로 낮춰나간다는 방침이다. 내년부턴 새롭게 전공의 과정에 진입하는 의대 졸업생에 몸값을 높일 수 있는 5대 병원으로의 진출을 노리는 기존 전공의들까지 몰려 경쟁률이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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