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가전양판업계 온라인몰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 중인 100만원 이상 고가 로봇청소기 제품 중 판매량이 많은 브랜드는 주로 중국 기업 차지다. 롯데하이마트 온라인몰에서 판매가 100만~170만원대 로봇청소기의 경우 판매량순 1~3위를 로보락과 드리미 제품이 독식했다. 1위는 로보락 '큐레보 프로', 2~3위는 드리미 'L20 울트라'와 'L10 울트라'였다. 전자랜드 온라인몰에서도 100만원 이상 로봇청소기 중 1위는 로보락 제품이 차지했다.
로보락이 확실한 로봇청소기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드리미도 국내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드리미는 지난 3일 신규 로봇청소기 모델 'X40 울트라'를 공개했다. 전작 L20 울트라보다 필수 기능 전반의 성능이 대폭 향상됐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특히 흡입력이 1만2000파스칼(Pa)로 "업계 최고"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드리미는 이 제품을 출시 당일 네이버 쇼핑라이브 채널을 통해 금세 완판했다. 또한 카카오톡 채널을 이용해 모든 고객에게 신제품 재입고 소식을 제공하고 특가 판매·라이브방송 등의 정보를 공유하는 등 고객 접점 확대에 팔을 걷었다.
드리미는 2022년 L20 울트라 출시 이후 연간 1562%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독일·프랑스 등 100여개 국가에서 4000곳 넘는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 중이다. 독일·이탈리아, 동남아시아 등에선 로봇청소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로보락은 이보다 앞서 150만원을 웃도는 신제품 'S8 맥스V 울트라'를 새로 내놨다. 이미 국내 고가 로봇청소기 시장을 80% 가까이 차지한 상황에서 입지를 더욱 탄탄히 다지겠다는 복안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이 고가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통하는 배경으로는 국내 업체들을 앞선 기술력과 발빠른 선점 효과가 꼽힌다. 청소기와 물걸레 기능을 합친 로봇청소기를 앞세워 고객 지갑을 노렸고 이후 기술력을 계속 끌어올리면서 '1등 제품' 입지를 굳혔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삼성전자가 뒤늦게 '비스포크 AI 스팀'을 출시해 중국 기업들 추격에 나섰다. LG전자는 청소기·물걸레 기능을 갖춘 일체형 로봇청소기를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사노동 부담을 더는 추세인 데다 불경기임에도 일본 등 다른 국가들보다 우리나라의 소비 여력이 우위에 있다"며 "중국 브랜드의 로봇청소기 기술력이 한국을 넘어선 만큼 국내 시장을 충분히 장악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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