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오는 5일부터 19일까지 외자운용원의 외환매매 거래기관 선정을 위해 신청서를 접수한다고 4일 밝혔다. 거래 기관으로 선정되면 국내은행들은 외자운용원의 주문을 받아 '이종통화 외환매매'를 하게 된다. 달러와 유로, 엔과 달러 등 원화가 포함되지 않은 서로 다른(이종) 통화간 거래다. 한은 국제국과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 등 외환당국이 시장 안정 등을 위해 시행하는 원화와 달러화간 거래와는 성격이 다르다.
한은 외자운용원이 운용하는 외환보유액은 지난 4월말 기준 4132억달러다. 작년 말 기준 통화별 비중을 보면 70.9%가 달러화, 나머지는 유로화,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화 등 기타통화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다. 외화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달러화와 기타통화와의 외환매매가 필요한 구조다.
한은은 기존에는 외국 금융기관에게 이 업무를 맡겼다. 국내은행은 관련 업무를 처리할 전문성과 인프라를 갖추지 못했고, 유동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배제됐다. 하지만 다음달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 시행을 앞두고 상황이 바뀌었다. 외환시장 거래 시간이 새벽 2시까지 연장돼 영국 런던 외환시장 마감시간과 같아지자 국내은행이 해외에 데스크를 설치해 관련 업무를 확대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은은 해외외국환업무취급기관(RFI)로 등록된 국내은행 중 일정 요건을 갖춘 곳을 거래기관으로 선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산업은행 등이 RFI로 등록을 한 상태다. 국민·하나은행은 영국 런던과 싱가포르에, 산업은행은 런던에 현지 데스크를 설치했다.
한은 관계자는 "신용등급, 자산규모와 건전성, 거래역량 등을 평가하되, 요건에 부합하는 곳은 모두 선정할 것"이라며 "RFI를 새롭게 등록한 곳도 추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종통화 거래기관으로 국내은행을 선정하면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한국 은행의 위상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지원하고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의 빠른 안착을 위해 국내은행에 이종통화 외환거래를 맡기기로 했다"며 "국내은행의 해외 데스크가 한은의 외환 거래를 맡아 거래 실적을 쌓고 운용 역량을 높이면 해외 기업과 기관의 주문도 맡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