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밖을 산책하고 왔는데, 목에 땀이 맺힌 게 보였나 봐요. 직원분이 직접 수건으로 땀을 닦아주더라고요. 여기에선 성심성의껏 보살펴준다는 느낌을 받으니까 마음이 정말 편하죠. 어제 며느리한테 전화하면서 그랬어요. ‘이제 나는 절대 신경 쓰지 말아라’라고요.”
지난 3일 경기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주거형 요양시설 운영업체 케어닥의 케어홈에서 만난 김길수(77·여) 씨는 요즘 어느 때보다 몸과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최근 목을 수술하며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힘들다고 한 김 씨는 2개월 전 케어홈에 입주했다.
입주 전까지 김 씨는 서울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며 생활했다. 그러나 수술로 거동이 다소 불편해지면서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노인복지시설을 이용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중증 환자가 많아 비교적 건강한 김 씨는 제대로 서비스받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건강하다는 이유로 서비스에서는 소외된 것이다. 집에서 시설까지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 것도 김 씨에겐 부담이었다.
수술 후 자녀들이 자주 김 씨를 찾아와 생활을 도왔다. 그러나 김 씨에겐 이마저도 마음의 부담이 됐다. 김 씨는 “여기가 딸보다 낫다고 말하는 건 그만큼 돌봄이 자녀에게 짐이 되기 때문”이라며 “입주하고 나서부턴 독립된 삶을 보장받으면서 필요할 땐 언제든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내가 가장 원하던 서비스”라고 했다.
김 씨의 일과는 비교적 단순하다. 개인실에서 숙면을 한 뒤 일어나면 공용 공간에서 준비된 아침 식사를 한다. 이후 숲을 따라 마련된 산책로를 즐기고 시설 내에 마련된 찜질·안마 시설을 이용한다. 이후 오전과 오후마다 준비된 활동을 마치고 나면 하루 일정이 마무리된다. 김 씨는 “여기 오고 나서 오히려 더 바빠진 느낌”이라고 했다.
건물은 현대적인 외관에 주변 소나무 숲의 풍경에 맞춰 곳곳에 한옥 요소를 갖췄다. 처음 들어서는 대문부터 큰 나무로 만들어져 마치 큰 한옥 대문을 여는 것 같았다. 내부에서도 전통 한옥 양식이 돋보였다. 창문은 현대식 창호와 한지로 만들어진 내부 창문이 대조를 이뤘다. 입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대형 응접실은 대형 유리창 가득 소나무가 빽빽하게 보였다.
내부에 마련된 주거시설은 호텔을 연상케 했다. 전용 30㎡ 크기의 방은 호텔 객실과 같은 구조다. 내부에는 화장실이 별도 마련됐다. 가장 눈에 띄는 가구는 침대였다. 일반적인 요양시설에서 볼 수 있는 의료용 침대가 아닌 호텔에서 쓰일 법한 고급 침대였다. 전동 기능이 있어 이용이 편리하다. 요양시설이라는 느낌보다는 호텔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줬다. 케어닥 관계자는 “입주민이 원하는 침대 유형에 따라 별도 제공이 가능한 게 특징”이라며 “환자의 환경에 맞춰 주거 공간을 다시 꾸밀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설 곳곳마다 입주민을 배려한 설계도 돋보였다. 시니어 입주민을 고려한 문틀 없는 ‘배리어 프리’ 설계를 비롯해 아파트 거실을 연상케 하는 공용 공간을 조성했다. 시설 내 엘리베이터에는 소파가 마련돼 있다. 시니어 입주민의 불편을 덜어주려는 배려가 눈에 띄었다.
케어홈은 그간의 경험을 활용해 케어닥이 직접 만든 주거복지시설이다. 현장에서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니어 입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연구하고 케어홈에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가장 눈에 띄었던 서비스는 입주민의 수면 관리다.
각 방에는 침대 위에 작은 기계가 부착돼 있었다. 입주민이 침대에서 깊이 자고 있는지, 뒤척이거나 침대에서 떨어지지는 않았는지 등을 모두 확인한다. 위험 신호가 발생하면 시설에 상주 중인 직원에게 바로 전달돼 빠른 대처가 가능하다. 모든 입주민의 건강은 온라인으로 관리돼 입주민에게 맞는 돌봄 서비스가 가능하다. 다리가 불편한 입주민은 주기적으로 물리치료와 찜질을 제공한다. 약을 먹어야 하는 입주민은 별도 마련된 복약실에서 때에 맞춰 간호사가 약 복용을 책임진다.
청소와 빨래는 기본이고, 식사 배송과 응급 대응 등이 시설 내에서 모두 이뤄지기 때문에 케어홈에는 20여 명의 전문인력이 배치돼 있다.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물리치료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있어 상황에 맞는 돌봄이 가능하다.
입주민뿐만 아니라 보호자를 위한 서비스도 제공된다. 시설 내에서 진행되는 대부분 활동이 보호자에게도 전용앱을 통해 사진과 영상 등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멀리 떨어져서도 입주민의 건강 상태 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소통을 통해 의견을 전달할 수도 있어 보호자 입장에서도 걱정을 덜 수 있다.
지점마다 시설 특성이 다르다. 입주민의 건강 상태 변화에 따라 다른 지점으로 전원도 가능하다. 평소 지병이 더 악화하면 집중 돌봄이 가능한 지점으로 바로 연결돼 절차는 간소화하고 돌봄 공백은 최소화하는 식이다. 이선엽 케어닥 주거사업본부장은 “모든 시니어 돌봄 데이터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요양시설보다 더 효율적인 케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케어닥은 장기요양등급과 상관없이 만 60세 이상이면 입주가 가능하다. 다양한 돌봄 수요가 있지만, 기존 제도하에서는 이를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현행법상 요양원은 입주민 1명당 2.3명의 인력을, 양로시설은 20명당 1명의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요양 등급의 차이로 시설의 환경과 돌봄 서비스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케어닥은 입주민 3명당 1명의 인력을 배치하며 수준 높은 서비스를 원하는 시니어 요구에 응하고 있다. 일찌감치 입주를 희망하고도 자리가 부족해 대기 중인 예비 입주자가 1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공되는 다양한 돌봄 서비스에 비해 입주 비용은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1인실의 경우 월이용료는 300만원, 2인실을 이용하면 월이용료는 450만원 수준이다. 언뜻 보기에 월이용료가 높다고 느껴질 수 있다. 케어닥 관계자는 “서울에서 비슷한 수준의 월세살이를 한다고 하면 월세가 200만원에 달한다”며 “여기에 생활비, 간병료 등을 합하면 식비와 케어가 포함된 케어홈의 월이용료가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증금 역시 1000만원으로 다른 시니어주택과 비교해 합리적 수준이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