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은 한강맨션의 지리적 여건을 고려했을 때 ‘68층은 지나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과 남산 경관 축 확보 측면에서 적합하지 않다는 얘기다. 한강맨션은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이뤄지지 않은 ‘3종 일반주거지역’이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업계 관계자는 “남산을 바라보는 입지에 기존보다 두 배나 높은 계획은 제도 완화 취지와 도시계획 측면에서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71년 준공된 한강맨션은 입지와 사업성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재건축 단지다. 기존 5층으로 지어져 용적률은 155%에 불과하다. 조합은 애초 660가구(23개 동·5층)를 1450가구(15개 동·최고 35층)로 지을 계획이었다. 서울시가 ‘35층 룰’을 폐지하자 층수를 68층으로 높이는 정비계획 변경을 추진해왔다. 신속통합기획으로 진행하지 않는 단지 가운데 처음으로 추진하는 초고층 재건축 아파트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컸다. 조합은 서울시 자문안을 토대로 높이 계획 등을 바꾼 새 정비계획안을 마련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에서는 층수 기준 폐지 및 신속통합기획 활성화와 맞물려 대부분 단지가 초고층 랜드마크 경쟁에 나섰다. 영등포구 여의도에선 한양아파트(56층)와 시범아파트(65층) 등이 초고층 건립을 추진 중이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는 성수동 ‘아크로서울포레스트’(49층)보다 더 높은 77층 높이를 추진하기로 했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3지구도 70층과 50층을 놓고 조합원 간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압구정 역시 3구역을 포함해 2·4·5구역 모두 70층 건립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업계에선 준주거로 종상향이 이뤄지지 않았거나 남산 경관 축을 가릴 가능성이 높은 곳은 심의 과정에서 시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한다. 주동 위주로만 초고층을 허용해 다채로운 스카이라인을 조성하겠다는 게 시의 방침이다.
한강맨션 사례가 정비사업 초고층 경쟁 분위기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고층 건축은 일반적으로 50층을 기준으로 한다. 50층 이상 건물은 30층마다 피난 구역을 둬야 하고 안전설계 기준도 까다롭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