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남친에 빠진 '원더랜드' 수지, "실제 이런 서비스 있으면 써볼 것"

입력 2024-06-04 18:42   수정 2024-06-05 10:39



사고로 중태에 빠진 남자친구,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있는 그와는 당연히 일상을 공유할 수 없다. 매일 아침 출근길 배웅도 마찬가지다. 그의 모습을 데이터로 모아 구현한 인공지능(AI) 남자친구는 이 모든 게 가능하다.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원더랜드' 속 인물 정인(수지)은 실제 남자친구 태주(박보검)와 AI 태주 사이에서 갈등한다. 언뜻 바람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배우 수지는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만나 "좀 이기적일 수 있지만, 정인이도 사람이니까 (실제와 AI사이에서) 혼란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너가 너무 보고싶어서 그랬어'라고 말하는 정인이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생각을 밝혔다.

원더랜드는 죽은 사람을 AI로 복원하는 영상통화 서비스 원더랜드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이야기다. 김태용 감독이 ‘만추’(2011) 이후 13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수지와 박보검 외에도 김 감독의 아내인 탕웨이, 정유미, 최우식 등이 출연했다. 여기에 공유, 홍콩 베테랑 배우 니나 파우, 최무성, 탕준상까지 특별출연해 톱 배우들의 멀티 캐스팅이 화제가 됐다.



수지는 의식을 잃은 남자친구 태주가 그리워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해 남자친구를 우주비행사로 구현한 여자친구 정인을 맡았다. 그는 "정인과 태주뿐 아니라 다른 스토리들 모두 막연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와 닿아서 (작품을) 선택했다"며 "이별을 견디는 각자의 방식을 다루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AI 태주를 대할 때는 훨씬 태주에게 의지하고 덤벙거리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마치 '시리'를 대하듯 연기했죠(웃음). 현실 태주는 좀 더 제가 챙겨주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죠. 두 태주를 대할 때 차이가 느껴지게끔 하려고 노력했어요"

영화는 여러 캐릭터들의 사연이 옴니버스 형태로 그려진다. 그래서 개별 사연들이 세세하게 영화에 표현되지는 않는다. 정인과 태주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수지는 두 사람의 비어있는 서사를 상상하면서 연기했다고. 이를테면 두 인물이 어떤 사연을 가진 커플인지, 구체적인 세부 설정 등을 현장에서 논의하며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원래 대본에 충실한 편인데 대본에 없는 장면을 상상해서 만들어 가는 건 처음이었어요. 이야기 사이사이를 메꾸는 작업을 하면서 캐릭터에 확신을 갖게 됐고, (캐릭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런 작업은 처음이라 더 애정이 가고 몰입되는 것 같아요. 현장에서 많이 배웠죠."

이와 함께 실제로 원더랜드 서비스가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수지는 "완전 할 것 같다"고 대답했다. 그는 "서비스를 이용해서 더 힘들어질 수도 있지만 저는 그 모든 것도 감당할 수 있는 순간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마음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거라 믿기 때문에 신청할 것 같다"고 이유를 덧붙였다.

김태용 감독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수지는 "'만추'라는 작품을 좋아해서 김태용 감독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는데 함께 작업해보니 소통을 중시하는 게 가장 특별했다"며 "본인이 이끌기도 하지만 배우의 여러 아이디어를 수용하는데에 열려있는 분"이라고 전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특히 박보검과의 호흡으로 화제가 됐다. 두 사람은 백상예술대상 MC로 6년째 호흡해왔다. 극중 수지는 박보검과 가족이나 다름없는 오랜 연인으로 호흡했는데 친구같은 연인의 모습을 대부분 두 사람의 애드리브로 연출했다고.

"태주와 장난치고 노는 것들은 거의 다 애드리브였어요. 감독님이 특정 상황을 제시하시면 그 안에서 자유롭게 표현했죠. (상대 배우와) 촬영 전부터 평소에 비해 훨씬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시작을 해서 그런지 현장이 즐겁고 편안했어요. 연기가 부담되는게 아니라 즐거운거라는 걸 이 작품을 하며 처음 느꼈죠"



2010년 걸그룹 미쓰에이로 데뷔한 수지는 2011년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이후 2012년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스크린에 데뷔하며 '국민첫사랑'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스크린 데뷔 후 12년간 시간동안 다양한 작품을 해온 그는 "그래도 여전히 국민첫사랑 수식어가 좋다"면서 호쾌하게 웃었다. 그러면서도 "매번 새로운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며 "변화를 위한 변화보다는 비슷한 역할이라도 어떤 지점이 다르다면 그런 부분에서 변신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늘 그랬듯 앞으로도 계속 진정성있는 배우가 되고싶어요. 제가 연기하는 캐릭터가 그 인물 자체로 잘 살아있으면 좋겠어요. 여태까지 조금씩이나마 성장했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계속하다보면 어느순간 많이 성장해 있지 않을까요. "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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