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번엔 국가채무비율 축소 의혹…文정부 통계조작 어디까지

입력 2024-06-04 18:14   수정 2024-06-05 06:43

문재인 정부 시절 홍남기 부총리가 국가채무비율을 축소하도록 지시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왔다. 나랏돈을 펑펑 쓰면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비판이 우려되자 경제 수장이 지표 자체를 왜곡하도록 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결론이다.

홍 전 부총리가 분식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된 시점은 2020년이다.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 발표를 두 달 앞둔 그해 7월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2060년 국가채무비율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111.6~168.2%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혁신국은 홍 전 부총리에게 2060년 국가채무비율을 153.0%(1안)와 129.6%(2안)로 전망하는 두 가지 안을 보고했다. 그러자 홍 전 부총리는 129%의 국가채무비율도 국민이 불안해하는 만큼 두 자릿수로 낮출 것을 지시했다. 총 재정지출 증가율의 상한선을 경제성장률로 묶어두는 방식을 썼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이렇게 해서 그해 9월 발표된 전망치가 81.1%라고 감사원은 결론 냈다. 홍 전 부총리는 “총지출 중 의무지출이 급증하는데도 재량지출을 같이 크게 늘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외국은 쓰지 않는 방식을 기재부 실무자들의 우려에도 강행했다는 점에서 의혹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홍 전 부총리의 의혹은 약과다. 문 정부는 집값, 소득, 고용 등 경제지표 전반을 분칠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은 94차례 이상 조작됐으며, 청와대는 2018년 5, 6월 소득통계를 마사지해 근로소득이 증가한 개인이 90%에 이른다는 자료를 내도록 했다. 고용의 경우 2019년 10월 비정규직 근로자가 86만 명 급증한 것으로 나오자 보도자료에서 이 대목을 삭제하기도 했다. 하나같이 부동산 정책과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를 가리기 위한 술책이었다.

이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 김수현·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은 검찰 기소로 재판을 받고 있다. 통계 조작은 올바른 정책 수립을 방해하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만큼 법원이 엄정한 결과를 내놓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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