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에게 퇴로 열어준 정부, 의료 현장 정상화 계기 돼야

입력 2024-06-04 18:15   수정 2024-06-05 06:43

정부가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 1만 명에게 내린 복귀 명령을 철회하고 이들이 낸 사직서를 각 병원이 수리하는 걸 허용하기로 했다. 병원에 복귀하는 전공의에겐 면허정지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고 수련 기간도 조정해 필요한 시기에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는 그동안 ‘정당한 사유 없는 진료 현장 이탈’이란 이유로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게 진료 유지와 업무개시 명령을 내리고 사직도 불허했다. 이에 따라 이들 전공의는 다른 병원에 취업할 수 없었다. 하지만 전공의 이탈 사태가 석 달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복귀 조짐도 미미하자 이번에 전공의들이 개별 의사에 따라 복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방향을 틀었다. 전공의들에게 퇴로를 열어주면서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유인책을 제시한 것이다.

전공의 대표는 “사직서가 수리돼도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혔지만 이제 복귀 여부 결정은 온전히 전공의 개개인의 몫이 됐다. 복귀하고 싶은데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 복귀하지 못하는 일은 없길 바란다. 끝까지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가 될 기회를 잃는다. 게다가 의대 증원은 이제 되돌릴 수 없는 현실이 됐다. 법원이 정부 정책에 ‘적법’ 판결을 내린 데다 대학들은 의대 증원을 반영해 내년도 신입생 모집요강을 발표했다. ‘증원 백지화’만 외칠 때는 지난 것이다. 전공의들이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교수들도 제자들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복귀를 설득해야 할 때다. 일부 의대 교수는 미복귀 전공의에게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질 경우에 대비해 파업을 고려하고 있고, 대한의사협회는 총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에 들어갔다. 하지만 정부가 ‘법대로 조치’ 기조를 버리고 복귀를 유도하기 위한 유화책을 낸 만큼 파업은 더 이상 명분이 없다. 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민과 환자들에게 외면만 받을 것이다.

정부는 이번 조치가 ‘현장에 남아 묵묵히 환자 곁을 지킨 전공의와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비록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책 성격이 크다고 하지만 법을 어기고도 어떤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면 법치주의가 바로 서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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