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새로운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CDO) 기술 플랫폼과 서비스를 선보이며 업계 최강자인 스위스 론자와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바이오 규제로 우시의 퇴출 가능성이 커지자 그 빈자리를 노리고 추격에 나선 것이다.
세포 배양 생산성 최대 네 배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3일(현지시간) 개막한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2024 바이오인터내셔널컨벤션(바이오USA)’에서 신규 CDO 플랫폼 에스-텐시파이를 공개했다. 민호성 삼성바이오로직스 CDO개발센터장(부사장)은 “기존 세포 배양 방식 대비 생산성을 최소 2배에서 3~4배까지 높인 첨단 배양기술”이라며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의 수요가 많다”고 소개했다.CDO란 제약·바이오기업이 초기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컨설팅, 제조 공정 개발 및 당국 인허가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위탁생산(CMO)에 비해 수익성이 낮지만 ‘CDO-위탁임상(CRO)-CMO’로 이어지는 서비스 주기상 고객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글로벌 상위 대형 제약사 20곳 중 14곳을 고객사로 확보한 ‘CMO 최강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입장에선 미래 먹거리인 셈이다.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CDO 시장 규모는 2033년 25조6000억원으로 연평균 8.2%씩 성장할 전망이다.
세계 CDO 시장은 론자와 우시, 미국 캐털런트 등 3강 체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 규모 면에선 세계 선두지만 CDO 분야에선 아직 글로벌 10위권 밖이다. 삼성은 특유의 기술력과 스피드로 이들을 따라잡기로 했다. 에스-텐시파이는 생산성을 극대화한 세포 배양 방식이다. 삼성은 세포배양기에 필터를 달아 배양과 정제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공정을 설계했고 최종 배양 직전 단계에선 고농도 배양이 가능하도록 했다.
25조원 시장 선점 나선 삼성
이를 통해 임상승인신청(IND)기간도 대폭 단축했다. 보통 신약 개발은 후보물질 발굴에서 동물실험에 따른 전임상을 거쳐 공정 개발과 임상승인 신청(IND)까지 약 24개월 걸린다. 삼성은 단일 항체의약품 기준으로 이를 10개월로, 복합분자의약품은 12개월로 단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CDO사업 진출 이후 6년 만에 글로벌 10대 대형 제약사를 포함해 116건의 수주 계약을 따냈다.삼성바이오로직스는 셀렉테일러라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도 이날 새롭게 선보였다. 신약 후보물질의 신속한 IND, 최종 품목 허가, 제형 변경 등 다양한 수요 대응이 가능해졌다는 평가다. 암세포만 찾아 죽여 ‘유도탄’으로 불리는 항체·약물접합체(ADC) 분야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민 부사장은 “CDO사업을 10~20년간 영위해온 경쟁 기업들과 비교하면 아직 실적이 부족하다”면서도 “기술 면에선 세계 선두급이기 때문에 곧 따라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6일까지 이어지는 바이오USA에는 세계 88개국 9000여 개 기업과 업계 관계자 2만여 명이 참석했다. 한국에선 47개 기업·기관에서 1000여 명이 참석했다.
샌디에이고=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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