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철강사…밤에만 공장 돌린다

입력 2024-06-04 18:26   수정 2024-06-12 16:11

국내 2위 철근 제조사인 동국제강이 연 220만t(철근 기준) 규모의 인천 전기로 공장을 밤에만 운영하기로 했다. 국내 철강업체가 상시적으로 낮 시간에 전기로를 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설 경기 악화로 철근 수요가 급감하자 고강도 감산 조치에 나선 것이다. 전기요금이 낮 시간의 절반 수준인 밤에만 전기로를 돌리는 ‘야간 생산 체제’가 철강업계 전체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지난 3일부터 기존 4조3교대 근무에서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만 일하는 야간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한 계속 야간에만 생산할 계획”이라며 “이번 조치로 지난해 87.3%였던 공장 가동률은 60%대로 떨어진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이 낮에 전기로를 끄기로 한 것은 철근 수요가 급감해서다. 올 1분기 월평균 철근 재고량은 약 66만t으로 1년 전(47만t)보다 40% 늘었다. 2012년 월평균 재고량을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많다. 신규 건설이 크게 줄어든 데다 중국산 철근 수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철근 유통업체는 재고가 쌓이자 철강업체로부터 사들인 가격(t당 90만원 안팎)보다 낮은 t당 70만원 안팎에 제품을 밀어내고 있다.

동국제강이 낮이 아닌 밤 근무를 택한 것은 야간 전기료가 낮 시간의 반값 이하여서다. 산업용 전기료(㎾h 기준)는 △오전 8시~오후 6시 평균 208원 △오후 6~10시 160원 △오후 10시~오전 8시 105원이다. 전기료는 철근 생산비의 10%를 차지한다.

시장에서는 1위 현대제철을 비롯해 국내 8개 철근 기업 모두 수요 부진에 시달리는 만큼 동국제강이 시작한 야간 1교대 생산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철근업체도 정비 등을 이유로 올 들어 낮 근무를 축소하고 있다”며 “감산 조치가 확산되면 수요와 공급 미스매치가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성상훈/김형규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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