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엔’으로 유명한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대장성(현 재무성) 재무관은 “내년까지 달러당 130엔 정도의 엔고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사카키바라는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약세로 돌아서고, 상대적으로 일본 경제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997~1999년 재무관을 역임하며 적극적인 시장 개입 등으로 ‘미스터 엔’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오야마가쿠인대 교수 등을 거쳐 인도경제연구소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재무성은 지난 4~5월 9조7885억엔(약 630억달러) 규모의 엔 매수·달러 매도 개입을 단행했다. 엔화 가치가 급격히 추락, 달러당 160엔을 넘어서자 더 이상 두고 볼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50엔 중반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사카키바라는 이번 환율 개입에 대해 “효과는 어느 정도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무성은) 엔화 수준보다 엔화 약세 속도에 신경을 썼을 것”이라며 “과거보다 시장 규모가 커져 상당한 금액은 물론 시장의 의표를 찌르는 타이밍에 개입하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기 힘들어졌다”고 분석했다.
환율 개입엔 외환보유고라는 제약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보유고에는 한계가 있다. 과거 개입 땐 보유고의 10분의 1 정도를 쓰면 더 이상 (개입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일본의 외환보유고는 1조2790억달러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다. 그러나 ‘적정 외환보유고’라는 것이 있는 만큼 크게 줄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환율 개입 땐 미국의 동의도 필요하다. 사카키바라는 “엔 매수·달러 매도 형태로 개입하려면 미국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최근 ‘개입은 드물게 해야 한다’고 반복하고 있는데, 그 말이 진심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초만 해도 미국이 조기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엔저가 진정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상황은 거꾸로 갔다. 사카키바라는 “미국 경제가 비교적 강하다는 인상을 받고 있다”며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지 여부는 현재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엔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앞으로 다소 약해지고, 그에 비해 일본 경제가 상당히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경우 엔고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2025년에는 달러당 130엔 정도까지 엔고가 진행돼도 이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일본은행의 다음 행보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지금까지의 통화정책은 적절했다”며 “머지않아 (추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엔저가 일본 경제에 도움이 되는 시절은 지나갔다는 분석도 내놨다. 사카키바라는 “예전에는 엔저가 수출을 늘린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일본 기업들이 대거 해외로 진출하면서 환율의 영향을 덜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수입에 유리한 엔고가 일본 경제에 더 긍정적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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