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아저씨' 박순혁의 투자 노하우 "버블과 혁명을 구분" [서평]

입력 2024-06-05 14:05   수정 2024-06-05 14:07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산업 투자를 추천해 유명세를 탄 이른바 '배터리 아저씨' 박순혁이 본인의 투자 노하우를 담은 책 <밸류에이션을 알면 10배 주식이 보인다>를 냈다.

2차전지 등 당장 주목받지 못하는 산업과 종목에 투자해 성과를 낸 저자는 이 책에서 자신의 투자 노하우가 밸류에이션(애널리스트가 현재 기업 가치를 판단해 적정 주가를 산정해 내는 기업가치평가)이라고 강조한다. 밸류에이션을 통해 가치 있는 기업의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담는다면 하락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고 변동성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재무제표 분석이나 복잡한 이론, 통계 위주로 설명하는 기존 밸류에이션 책과 이 책이 구분되는 점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투자자가 이해하기 쉽게 서술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PER(주가수익비율)·PBR(주가순자산비율) 등 지표의 단순한 높고 낮음으로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배경과 산업에 대한 이해를 통해 기업의 적정 가치를 판단하는 안목을 갖추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과거 직접 겪은 실패담도 들려준다. 그는 닷컴버블이 한창이던 1999년, 애널리스트로서 통신 장비·인터넷·소프트웨어·게임 등 닷컴버블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업종을 다뤘다. 그러나 버블이 꺼진 뒤 폭락에 대비하지 못해 실패를 겪었다. 당시 충격으로 이후 애플이 불러온 모바일 혁명과 유동성 장세가 불러온 강세장에서 투자의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그는 이 같은 투자 실패 덕분에 오히려 밸류에이션을 철저히 하는 습관이 생겼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을 평가할 때마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기업이익이 증가하는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소비자의 지갑을 열 것인가? 넓고 깊은 해자(경쟁사로부터 기업을 보호하는 높은 진입장벽과 확고한 구조적 경쟁 우위)를 가졌는가?

이 책은 저자의 투자 경험 외에도 세계적인 '투자의 전설'의 조언과 안목을 소개한다. 벤저민 그레이엄은 기업의 가치평가를 체계화하고 가치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필립 피셔는 회사의 성장성을 중요하게 따졌고, 워런 버핏은 위대한 기업의 주식을 적정 가격에 산 뒤 웬만해선 팔지 않았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업을 정확히 판단하는 안목과 함께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했단 점이다.

단기적 관점으로 하는 투자는 성공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낙관 혹은 방치하듯 장기 투자를 하는 것도 정답이 아니다. 저자는 밸류에이션을 통해 금방 꺼질 '버블'과 잠재력 있는 '혁명'을 구분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밸류에이션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둘 위대한 기업을 발견하고, 그 기업에 개별 악재가 발생하거나 증시 전체가 폭락해 모두들 패닉에 빠졌을 때 과감하게 투자하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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