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주동자로 지목된 남성이 자신의 딸을 향한 각별한 부성애를 드러낸 데 대해 "대한민국에서 미성년 여성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본인이 몸소 알고 있기 때문에 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 있다"고 5일 밝혔다.
이 교수는 이날 매일신문 유튜브 '이동재의 뉴스캐비닛'에서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주동자로 지목된 A씨가 딸을 향해 '아빠가 지켜줄게' 등 부성애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는 진행자의 말에 이렇게 진단했다. 그는 " (A씨가 사건을) 기억하기 때문에 더더욱 딸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아버지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자기 딸만큼은 (보호하겠다는) 극도로 이기적인 언사"라고 덧붙였다.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된 A씨는 현재 딸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A씨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네 인생에 걸림돌 다 없애주고 가장 믿음직한 아버지가 되겠다", "평생 아빠 옆에서 아빠가 벌어주는 돈이나 쓰면서 살아라"라면서 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딸을 방어하겠다는 A씨의 심리는 그의 과거 범행에 따른 것이라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또 가해자 신상을 폭로하는 유튜버에게 일부 가해자가 다른 가해자의 신상을 제보하면서 사과하고 있다는 소식에는 "자기방어 본능은 누구에게나 있기 때문이다. 자기만 좀 예외로 살려달라' 이렇게 얘기하는 건, 그 사람들도 살아야 하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 "문제는 당시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게 지금까지 후유증을 유발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가해자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는 것까지 비난하기는 좀 어렵다"고 했다.
이 교수는 사법 기관의 공적 제재가 아닌 민간에 의한 사적 제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가해자들에게) 형법이 아닌 소년법을 적용했다는 부분에서는 문제 제기를 얼마든지 할 수 있겠지만, 소년법을 적용한 사건에 대해서도 이렇게 두고두고 신상이 까발려지면서 사회적으로 적응을 못 하게 만드는 게 적합하냐는 문제에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법률에 따라 처분된 결과물에 대해 이렇게 계속 번복하는 게 적합할까. 사적 보복은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그 당시 사회적 규범으로도 (밀양 사건 가해자들에 대한 판결이)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도 않다. 당시에는 17~18살에 소년법을 적용하는 게 관행이었는데, 지금 눈으로 보니까 그 당시 규범이 틀렸다는 게 문제"라며 "지금 와서 이 사건을 기준으로 소년법으로 처분받은 애들까지 전부 전과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건은 2004년 경남 밀양에서 44명의 남학생이 1년간 여중생 자매를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이다. 가해자들은 1986년~1988년생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알려졌다. 소년법이 적용돼 가해자 중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사건을 모티브로 영화 '한공주'가 제작된 바 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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