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어디로 가야 하지."
지난 5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폴스타3 시승 중 길을 잃었다. 한국도 아니고, 마드리드라는 낯선 땅에서 시승 도착지를 찾다가 들어온 길은 주변이 온통 꽃밭인, 자갈이 많았던 비포장도로였다.
2인 1조로 시승했던 그날, 조수석에 앉아 한참을 헤매던 중 폴스타3이 '생각보다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제법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온몸이 좌우로 흔들리며 불편할 거라 생각했던 그 길을 예상보다 편안하게 지나갔기 때문이다. 지면으로부터 발생하는 흔들림을 자동차 자체가 온전히 흡수하는 느낌이 들었다.
헤매다가 찾은 시승 도착지에서 폴스타 관계자에게 이에 관해 묻자 그는 "1000분의 2초 단위로 전자식으로 댐퍼를 조정할 수 있는 기술이 탑재돼 편안함과 다이내믹한 주행 경험 모두를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우선 고속 주행에서는 안정적으로 치고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주변에 차가 없어 가속 페달을 밟을 기회가 있었다. 마드리드의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100㎞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5초다. 공차 중량이 2.6t에 달하는 무거운 차인데도, 밟는 즉시 거침없이 나간다는 느낌이 든다. 듀얼 모터 파워트레인에서 나오는 힘(489마력 및 840 Nm) 때문인지, 마치 스포츠카와 같이 돌진한다는 강력한 느낌을 준다.
골목길이나 코너를 돌 때는 차체가 크고 높은 준대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제법 안정적인 모습이다. 몸의 앞뒤나 옆으로 쏠림이 있거나, 멀미가 날 정도로 몸이 휘청거리는 등의 일은 없었다. 전자식 토크 벡터링 기능으로 앞바퀴와 뒷바퀴에 적절하게 힘을 배분해 코너를 돌 때 안정적인 주행을 지원하는 듯했다.
폴스타3은 111kWh 배터리 팩을 탑재해 유럽 세계표준자동시험방식(WLTP) 기준 최대 610㎞의 주행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내 공간을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휠베이스는 2985㎜로, 준대형 전기 SUV인 EV9(3100㎜)과 비슷한 수준이다. SUV답게 차 뒷면 하단 버튼을 누르면 캠핑 트레일러를 끌 수 있는 고리가 나오는데, 2.2t의 무게까지 견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주목됐던 부분은 범퍼 앞쪽 디자인인 '스마트존'이다. 열선이 지나가는 자리를 시각화해서 그렸는데, '첨단 기술이 가미된 미래 차'라는 느낌을 준다. 전기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존 라디에이터그릴이 있는 부분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하느냐는 숙제를 제법 똑똑하게 풀어냈다는 생각이다.
그런 점에서 내부 디스플레이 또한 폴스타가 힘준 부분이다. 모든 세팅을 디스플레이에서 한다. 예를 들어 좌석을 세팅하고 조정할 경우, 의자의 버튼을 누르는 게 아니라 디스플레이의 세팅 뷰에 들어가 좌석을 수정하면 된다. 그만큼 직관적이었다. 한번 맞춰진 세팅은 운전자에 따라 각기 고정돼, 키를 열 경우 자동으로 세팅이 맞춰진다.
폴스타의 첫 SUV 폴스타3은 성능은 SUV지만, 마치 고성능의 스포츠카와 비슷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여기에 안전과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는 볼보의 DNA를 물려받았다. 폴스타3에는 5개의 레이더 모듈과 5개의 외부 카메라, 그리고 12개의 외부 초음파 센서를 바탕으로 수많은 첨단 안전 기능을 지원한다. 해당 모델은 중국과 미국에서 생산되는 폴스타 최초의 모델로, 올해 여름부터 미국에서 본격 생산될 예정이다. 국내에서는 내년 출시될 계획이다.
마드리드(스페인)=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영상=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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