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싸우는 모습이 초등학생 시절을 떠오르게 한다. '너도 그랬잖아!', '네가 먼저 그랬잖아!' 하면서 싸우는 국회의원의 모습이 초등학생들과 다를 바가 없다"
22대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각종 특검법 발의가 쏟아지고 있다. 서로 신경전을 벌이며 '맞불' 성격의 특검을 남발하면서다. 이를 지켜보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싸움이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혀를 찼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까지 22대 국회에는 벌써 5개의 특검법이 발의됐다. 모두 여야가 서로를 겨냥해 내놓은 것으로, 이들 특검법의 공통점은 모두 '보복'이나 '맞불'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발의된 특검법은 조국혁신당이 당론 1호로 발의한 이른바 '한동훈 특검법'이다. 박은정 의원이 대표 발의하고 혁신당 소속 의원 12명 전원이 이름을 올린 이 법안은 조국 대표가 '사적 앙갚음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가장 볼썽사나운 특검 법안으로 지적받는 특검 법안은 단연 대통령의 배우자를 향한 두 명의 '김 여사 특검법'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1일 '김건희 종합 특검법'을 발의하며 칼을 빼 들었다. 그러자 여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내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김정숙 여사 특검법'을 발의했다.
'김정숙 여사 특검법'은 특히 당내에서조차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호응도가 높지 않다.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 관련 의혹이 이미 6년 전 일로 임기가 끝난 대통령 배우자의 일인 데다, 특검 전에 해볼 수 있는 각종 조사나 수사를 해보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당이 특검법을 발의한다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5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김정숙 여사 특검법'은 생뚱맞고, 결국 국민의힘에 별로 도움도 안 되는 특검법을 냈다"며 "저는 사실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김정숙 여사 특검법 다 받아라, 받아야 한다 그러면서 용산과도 조금 견제하는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쌍방울 대북송금 특검법'도 논란투성이다. 쌍방울 대북 송금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조작 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인데, 검찰 수사를 대상으로 특검법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 방탄용'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 대표의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1심 판결을 고작 나흘 앞두고 이 특검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최재성 전 정무수석은 이에 대해 "이걸 꼭 발의했어야 하느냐"며 "선은 이제 상대방의 공격이 있잖나. 검찰총장도 '이거는 사법 시스템을 그야말로 흔드는 거다' 이렇게 반응했고"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근으로 올수록 특검법 발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하루 한 번꼴로 발의된 22대 국회 특검법 발의는 '기록적'이라는 지적이다. 21대 국회가 '싸우기만 하는 여야' 때문에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22대 국회 역시 비슷한 일을 반복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22대 국회는 5일 헌정사상 최초의 '야당 단독 개원'으로 시작해 '반쪽 국회'라는 오점을 남겼다. 민주당은 이날 여당의 불참 속에 단독으로 국회를 개원하고 우원식 민주당 의원을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선출했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검으로 정권을 교체한 경험을 쌓은 민주당으로서는 '특검' 카드를 자주 꺼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검이 발의되는 숫자나 개수나 보더라도 정치적 수단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야당이 대통령의 탄핵을 공공연하게 반복적으로 거론하며, 이를 염두에 두고 당헌까지 개정하는 상황이지 않나"라며 "특검법 대치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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