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천 시민들이 부러운 이유

입력 2024-06-05 18:03   수정 2024-06-06 00:29

경기 부천시는 1914년 부평과 인천의 일부 지역이 합쳐지면서 탄생했다. 1973년 단행된 행정구역 대개편 때 ‘부천군’에서 ‘부천시’로 승격했다. 경인공업지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면서 1980년대 말 경기도에서 인구 1위 도시였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성남시 고양시 용인시 등지에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부천시에선 인구가 유출되기 시작했다. 도시의 위상도 과거만 못하게 됐다.

요즘 부천시가 전국 1등 자리를 다투는 게 하나 있다. 지난해 5월 문을 연 클래식 음악 전용관 부천아트센터다. 부천시청 바로 옆에 자리 잡은 부천아트센터는 국내 최고 수준의 음향 설비를 갖추고 있어 개관 직후부터 클래식 연주자와 애호가들의 주목을 받았다.
클래식 공연장이 가져온 변화
부천시가 1108억원을 들여 지은 부천아트센터는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를 설계한 영국의 에이럽(ARUP)사가 밑그림을 그렸다. 총 1445석 규모, 객석이 무대를 감싸는 빈야드 구조, 세계 최초로 시도된 이중 음향 반사판 등 클래식 음악 연주와 감상에 최적화된 공연장으로 지어졌다. 만석 시 잔향시간을 2.11초까지 구현할 수 있어 국내 클래식 공연장 중 통영국제음악당과 더불어 ‘투톱’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천아트센터 덕분에 부천 시민들은 굳이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공연을 즐기고 있다. 지난 1년간 조성진 백건우 김선욱 장한나 조수미 손열음 등이 부천아트센터 무대에 올랐다. 오는 17일에는 임윤찬의 피아노 리사이틀도 예정돼 있다.

부천시 관계자들은 부천아트센터에 대해 “오랜 진심으로 지은 공연장”이라고 말한다. 최초 계획부터 개관까지 무려 28년의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부천시가 센터 설립을 처음 계획한 건 국내에서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1995년이다. 당시 수립된 중동신시가지 개발 계획에 문화예술회관 건설이 포함돼 있었다. 이후 부천시는 네 차례에 걸친 부지 선정 검토 작업 끝에 2015년 현재의 부지를 최종 선정했고, 2019년 6월 착공에 들어갔다.
문화예술은 지역사회의 자산
부천시가 부천아트센터 건립을 본격 추진하던 1990년대 후반은 IMF 외환위기가 한국 사회를 강타한 직후였다. 당시만 해도 클래식 전용관 설립을 추진한다고 하면 “문화예술이 밥 먹여 주냐”고 반문하는 이가 대부분이었다. 부천시는 그러나 별다른 자기 색깔이 없는 부천을 다른 도시와 차별화할 핵심 지렛대로 문화예술을 선정했다. 이후 부천시는 부천아트센터 건설과 더불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 부천세계비보이대회(BBIC) 등 국제 문화축제도 개최했다. 기초 지자체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화재단도 세웠다.

부천 시민들은 부천시의 그간의 노력들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부천문화재단이 2020년 부천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문화사업으로 부천시의 이미지가 좋아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5.5%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유네스코는 문화예술을 지역사회의 막대한 자산이라고 평가한다. 시민 삶의 질을 개선할 뿐 아니라 일자리를 창출하고, 나아가 사회적 포용력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천시처럼 문화예술에 진심인 도시가 더 많이 나오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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