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미인가 국제학교 폐교 '날벼락'

입력 2024-06-05 18:33   수정 2024-06-06 00:59

허위 홍보로 학생을 모집한 뒤 학부모들의 환불 요구를 묵살한 인천 송도의 비인가 국제학교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최근 학교가 사실상 폐교된 바람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학생들은 하루아침에 갈 곳 없는 ‘교육 난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는커녕 학원으로도 등록되지 않아 교육청의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전국 비인가 국제학교에 대한 실태 점검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인천연수경찰서에 따르면 송도의 세인트마틴국제학교 이사장 나모씨(48)는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나씨는 환불을 요구한 학부모들의 돈을 돌려주지 않아 고소당했고, 지난달 30일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세인트마틴국제학교는 2021년 9월 송도에서 나씨가 연 온타리오국제학교가 전신으로, 학비는 연 2000만~3000만원 선이다. 지난해 9월 확장 이전하며 교명을 바꿨다. 한때 재학생이 80명에 달했지만, 부실한 수업에 실망한 학생들이 점차 이탈했고, 학교 운영 중단 전 마지막으로 남은 재학생은 유치원과 초·중·고 과정을 합쳐 10명이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환불 중단 피해를 본 학생은 총 27명이다. 학부모를 대리하는 변호사 A씨는 “2년여 전 온타리오국제학교 때부터 합치면 환불 거부 피해자는 100명 수준”이라며 “총피해액은 3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는 올초부터 교사 월급을 체불하고, 건물 월세도 제대로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엔 임차료 체납으로 인천지방법원이 강제집행에 나서기도 했다.

재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모집 과정에서 나씨가 졸업생 진학과 관련해 거짓 정보를 알리고 재학생 수를 부풀리는 등 허위로 홍보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 B씨는 “입학 상담에서는 아이 또래 학생이 10명 있다고 해 등록했는데 개교 날 보니 해당 학년에 우리 아이 한 명뿐이었다”며 “환불을 거부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아이를 학교에 보내왔다”고 말했다.

교사 부족으로 수업도 파행을 빚었다. 학부모 C씨는 “초·중학생은 여러 학년을 합쳐 반을 꾸렸고 고등학교 반엔 아예 선생님이 없었다”고 했다.

나씨가 검거된 뒤 끝까지 남았던 교사 4명이 지난달 31일 사직서를 쓰고 학교를 떠나자 학생 10명은 갈 곳을 잃었다. 부모들은 급히 중도 입학이 가능한 국제학교를 알아보고 있다. 이곳은 학교 대신 협동조합으로 운영돼 학교 재정, 교사 수, 시설 기준 등에 대한 관리를 받지 않았고, 학생이 정규 학교로 옮길 때 학력을 인정받기도 쉽지 않다.

학부모들은 인천교육청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학교나 학원으로 등록돼 있지 않아 환불과 관련해 교육청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2월 해당 비인가 학교를 초·중등교육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인가받지 않고 학교 명칭을 달아 의무교육 과정인 초·중학 교육을 하면 불법이다.

그동안 교육부가 비인가 국제학교 관리에 손을 놓아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업계에선 세인트마틴과 같은 비인가 국제학교가 전국에 약 80곳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정부의 실태조사는 10년 전 시행한 ‘고가(高價) 국제형 미인가 대안교육시설 특별점검’이 마지막이었다.

김다빈/정희원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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