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가 국제학교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학부모들 사이에서 국내 대학의 치열한 입시 경쟁을 피할 대안으로 여겨지고 있어서다.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인증 국제학교 혹은 조기 유학보다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중산층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5일 교육업계에 따르면 2000년대 초부터 설립되기 시작한 국내 비인가 국제학교는 현재 전국 약 80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 교육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서울 강남, 경기 성남 분당, 판교 등 수도권에만 50여 곳의 비인가 국제학교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비인가 국제학교는 국내 교육청의 인가 없이 운영되는 대안학교다. 국내에서는 학력 인정이 안 되지만 미국 대학 진학은 가능하다. 일부 비인가 국제학교는 ‘서부 학교 및 대학 협회’(WASC) 등 미국 내에서 고등학교 인증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공식 인증을 받고 운영돼 졸업 시 GPA(내신성적)를 인정받을 수 있다.
교육계 관계자는 “과거엔 해외에서 살다 온 학생들이 국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이 같은 비인가 국제학교를 찾는 사례가 많았다”며 “그러나 최근엔 영어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이곳에서 초·중·고를 모두 마치고, 해외 대학에 진학하는 입시 루트로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비인가 국제학교의 연간 학비는 통상 2000만~3000만원 선으로 채드윅, 한국국제학교(KIS) 제주 등 국내 유명 인가 국제학교 학비의 절반 내지 3분의 1 수준이다. 한 학부모는 “서울 강남에서 사교육을 받는 것보다 오히려 저렴한 게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청의 정식 인가를 받은 게 아니어서 이곳은 법적으로 학교가 아니다. 교과 과정을 수료해도 국내 학력을 이수한 것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세인트마틴국제학교처럼 재정난에 허덕이다가 문을 닫는 경우도 발생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재원 유웨이 교육연구소 유학사업팀장은 “학교가 문을 닫으면 재학생들의 국내 학력이 인정되지 않아 일반 학교로 전학을 갈 수도 없다”고 했다.
정희원/안정훈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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