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PF 연체율 17%로 급등…잡히지 않는 '위기설'

입력 2024-06-05 18:13   수정 2024-06-06 09:47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이 3%대로 급등했다. 특히 증권회사와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각각 17%, 11%대로 치솟았다. 금융당국의 부실 PF 사업장 정리 방침과 맞물려 올 하반기 연체율이 더 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국이 위기설 진화에 나섰지만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금융권과 건설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금융권 PF 연체율 3.55%

5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점검회의’를 열고 금융시장 현황을 점검했다. 이날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금융권 부동산 PF 연체율은 3.55%로 집계됐다. 작년 말(2.7%) 대비 0.85%포인트 뛴 수치다. 2021년 0.37% 수준이던 연체율은 2022년 말 1.19%, 2023년 6월 2.17%로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저축은행과 증권사의 연체율이 폭증했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3월 말 11.26%에 달했다. 작년 말(6.96%)보다 4.3%포인트 올라 모든 업권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1년 전(4.07%)에 비해선 7%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증권사의 연체율은 작년 말보다 3.84%포인트 뛴 17.57%였다.

다른 업권의 연체율도 줄줄이 올랐다. 3월 말 여신전문회사의 연체율은 작년 말보다 0.62%포인트 증가한 5.27%로 나타났다. 은행과 보험사의 연체율도 각각 0.16%포인트 상승한 0.51%, 1.18%로 집계됐다. 농·수·신협 및 산림조합 등 상호금융 연체율은 3.19%로 0.07%포인트 높아졌다. 금융당국이 이날 발표한 통계에는 PF 대출과 비슷한 성격인 저축은행 토지담보대출과 새마을금고 관리형토지신탁, 채무보증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들 수치까지 합산하면 금융권 전체의 실제 PF 연체율은 더 높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이 올 들어 부실 사업장 정리를 압박하면서 연체율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사들은 올해 들어 토지 매입 단계인 브리지론에서 본PF로 장기간 넘어가지 못한 사업장의 예상 손실을 100% 인식하고 있다. 만기 연장을 쉽게 해주지 않으면서 연체 사업장으로 분류되는 곳도 늘어났다.
○진화 안 되는 ‘위기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부동산 PF 부실 사업장이) 바람으로는 올 하반기 들어 정리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발표한 ‘부동산 연착륙 대책’까지 본격 추진되면 부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사는 다음달 초까지 사업장별 평가를 해야 한다. 부실 우려 등급을 받은 사업장은 추가 대출을 중단하고 경·공매에 넘겨야 한다. 대주단 협약 개정으로 대출 만기 연장도 더 까다로워진다.

금융당국은 거듭 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사와 저축은행은 높은 자본 비율 및 충당금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해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실 사업장 재구조화 및 경·공매를 통해 부실 규모가 축소되면서 연체율도 안정세를 되찾을 것이란 설명이다.
○차입금 비중 높은 건설사 9곳
최근 대형 건설사의 PF 대출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대형 건설사 39곳의 전체 대출 잔액은 46조3644억원으로 전년 동기(40조2165억원) 대비 15.3% 늘었다. 작년 말 기준 자본총계 대비 부동산 PF 차입금 비중이 100%를 넘은 건설사는 9곳이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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