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는 우선 e커머스 사업 물류를 CJ대한통운에 맡겨 돌파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SSG닷컴은 이마트 상품을 주로 판매한다. 쿠팡처럼 대규모 물류센터를 건설해 직접 배송했다. 이 전략은 대규모 손실을 동반했다.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연평균 10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대규모 적자는 SSG닷컴 상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초 올해 상장하려던 계획은 취소됐다. 상장을 전제로 SSG닷컴에 1조원을 투자한 외부 펀드들은 돈을 내놓으라며 신세계를 압박했다. 신세계가 다른 투자자를 책임지고 찾아주겠다며 봉합했지만 연말까지 또 다른 투자자를 구해야 한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에게는 e커머스 적자 탈출을 위한 승부수가 필요했다. 정 회장이 사촌형 이재현 회장이 이끌고 있는 CJ그룹과의 전면적 협력 강화를 추진한 배경이다. ‘돈 먹는 하마’인 물류사업을 국내 최고 경쟁력을 갖춘 CJ대한통운에 맡기고, 본업인 유통과 상품 기획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SSG닷컴뿐만 아니라 G마켓 물류도 CJ대한통운에 줬다. ‘익일 도착 보장’이란 서비스를 다음달 시작하면 쿠팡의 ‘로켓배송’과 경쟁할 토대가 마련된다.
CJ대한통운으로서도 SSG닷컴, G마켓의 물류와 배송 물량을 확보하게 돼 이득이다. CJ대한통운은 당초 온라인 쇼핑 시장 성장의 가장 큰 수혜를 누린 기업으로 꼽혔다. 온라인 쇼핑이 늘면 택배 물량도 많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쿠팡이 물류사업을 확장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로켓배송이 들어가지 않는 지역에는 CJ대한통운 등에 일감을 맡겼는데, 이 일감이 뚝 끊긴 것이다. 쿠팡이 산간도서 지역으로까지 물류망을 확장한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쿠팡에 입점해 물건을 파는 셀러 배송 물량까지 쿠팡이 가져갔다.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e커머스 택배 일감을 확보해 버텼지만 이 물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알리와 테무 등의 이용자가 지난 4, 5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는 등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신세계와 물류 협업이 CJ 입장에서도 간절했던 것이다.
CJ는 미디어 분야에서도 쿠팡과 경쟁 중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달 기준 약 654만 명으로, CJ ENM의 ‘티빙’ 731만 명을 바짝 뒤쫓고 있다. 쿠팡의 차별화 전략은 스포츠 중계다. 3월 미국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개막전 경기를 한국에 유치해 단독 중계했다. 오는 8월에는 손흥민이 속한 토트넘 홋스퍼와 김민재가 뛰는 바이에른 뮌헨 간 경기의 국내 중계도 성사시켰다. 업계에선 CJ가 이번 신세계와의 제휴로 2027년 말 완공될 예정인 스타필드 청라 돔 경기장에서 K팝 공연을 추진하는 방안도 모색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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