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반쪽 출발'…사상 첫 野 단독 개원

입력 2024-06-05 18:43   수정 2024-06-06 02:18


22대 국회가 반쪽으로 출발했다. 5일 국회의장과 야당 몫 국회부의장 선출을 위해 열린 첫 번째 본회의를 국민의힘이 보이콧하면서다. 집권 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5선의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구갑)을 국회의장으로, 이학영 의원(4선·경기 군포)을 야당 몫 국회부의장으로 선출했다. 우 의원은 재석 192명 중 190명의 찬성을 받았다. 우 의장의 임기는 2026년 5월까지다. 의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당적을 가질 수 없다는 국회법 20조에 따라 우 의장은 무소속이 된다. 이 의원은 재석 188표 중 187표를 받아 부의장으로 선출됐다. 여당은 아직 부의장 후보를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표결은 여당의 불참 속에 진행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전반기 국회의장단 선출 표결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이 법제사법위원장을 맡는다면 국회의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국민의힘은 관례상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은 소속 정당이 달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민의힘은 운영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은 다수당이 모두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오전까지 여야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들끼리 협상을 이어갔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결국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만 본회의에 참석해 표결에 앞서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여야 간 의사일정 합의가 없었기 때문에 본회의는 성립할 수도 없고 적법하지도 않다”며 “거대 야당은 총선 민의를 따라야 한다며 일방 독주를 강행하지만 그것은 총선 민의를 호도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여당은 본회의에 불참하고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었다.

여당이 아직 국회부의장 후보를 확정하지 않은 건 원 구성 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원 구성 협상 시한은 7일이지만 여야 간 합의는 지연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대 국회 당시에는 원 구성까지 상반기는 47일, 하반기는 53일 걸렸다. 13대 국회 이후 원 구성에 걸린 시간은 평균 41.7일이었다. 여당 한 의원은 “여당 입장에서는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어 의장단 구성을 지연시켜서라도 최대한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여당 몫 국회부의장 후보로는 조경태·주호영 의원(6선)과 이종배·박덕흠 의원(4선) 등이 거론된다. 당초 6선 의원들만 대상이었지만 국회의장이 5선인 만큼 그보다 선수가 낮은 의원도 검토될 수 있다는 게 여당 원내 지도부의 입장이다.

다만 민주당은 7일까지 원 구성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어 상임위원장을 선출하겠다고 국민의힘을 압박하고 있다. 이 경우 21대 전반기 국회처럼 민주당이 18개 상임위원장을 독식할 가능성도 있다.

우 의장도 이날 당선 인사에서 여당을 재차 압박했다. 그는 “국회법이 정한 시한을 지켜 원 구성을 마쳐야 한다”며 “밤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국회법이 정한 기한인 7일 밤 12시까지 상임위원 선임안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본회의 직후 여야 교섭단체 대표에게 회담을 요청했지만 추 원내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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