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비행 중 술을 마시고 잠을 자면 기내 기압이 떨어지면서 혈중 산소포화도가 낮아지고 심박수가 증가해 심장 건강에 안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끈다.
독일 항공우주센터 에바-마리아 엘멘호스트 박사팀은 대기압 조건, 항공기 순항 고도의 기내 기압을 모방한 수면실에서 음주 후 수면 실험을 진행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5일(현지시각) 밝혔다. 이 논문은 의학 전문지 흉부(Thorax)에 실렸다.
연구팀은 순항 고도에서 술을 마신 뒤 잠을 자면 알코올과 기압 저하의 영향을 받아 젊고 건강한 사람일지라도 산소포화도는 떨어지고 심박수가 증가하는 연관 관계를 찾아냈다. 이 때문에 장거리 항공편의 알코올 제공 및 섭취 제한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거리 항공편 승객은 술을 자주 마시는데 알코올이 혈관 벽을 이완시켜 수면 중 심박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18~40세의 건강한 남녀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대기압(1013hPa) 수면실과 2438m 순항 고도(753hPa) 수면실에 각각 배치하고 맥주·와인·보드카 등을 마신 사람과 마시지 않은 사람의 수면 주기, 산소포화도, 심박수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순항 고도에서 술을 마시고 잔 사람들은 수면 중 평균 산소포화도가 85% 내외로 떨어지고 심박수는 분당 평균 88회 정도로 증가했다.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들의 산소포화도는 평균 88% 이상이었고 심박수는 73회 미만이었다.
대기압 조건에서 술을 마시고 잔 그룹은 산소포화도가 95%, 심박수는 분당 77회 미만이었고, 술을 마시지 않은 그룹은 산소포화도 96%, 심박수 64회 미만이었다.
산소포화도가 건강 기준인 90% 이하를 기록한 시간은 순항 고도에서 술을 마시고 잔 경우 201분이었고 술을 마시지 않은 경우는 173분이었다. 대기압 조건에서는 음주 여부와 관계 없이 90% 이하로 내려가지 않았다.
연구팀은 고도가 상승하면 기압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건강한 사람도 산소포화도가 낮아질 수 있다며 산소포화도가 90% 아래로 떨어지면 저기압성 저산소증(hypobaric hypoxia)이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이 연구는 표본이 작고 참가자가 젊고 건강하며 일등석처럼 누운 자세로 잠을 잤기 때문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밝혔다. 그럼에도 알코올 섭취와 저산소 상태에서 수면이 결합하면 심장 시스템에 큰 부담을 줄 수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또한, 고령 승객과 기저질환이 있는 승객은 알코올 섭취량에 따른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는 점 또한 명시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