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발언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등을 계기로 한러 관계의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지난달 7일 집권 5기를 시작한 푸틴 대통령이 한국에 대해 우호적 태도를 보이며 관계 개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러시아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세계 주요 뉴스통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현재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한러관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라는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 개막을 앞두고 열린 이날 행사에서 푸틴 대통령은 "한국이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우리는 한국 정부와 함께 일할 때 어떠한 러시아혐오적(Russophobic) 태도도 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낼 무기를 구하려고 접근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한국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답변에서 "우리는 한러 관계가 악화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 전체와 관련해 양국 관계 발전에 관심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행히도 현재 무역과 경제 관계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지만 지난 수십년간 달성한 관계 수준을 부분적으로라도 유지해 미래에 회복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 과정에서 "불행히도 한국이 우리의 협력의 여러 분야에서 특정 문제들을 만들어 유감"이라면서 현재 냉각된 한러관계가 러시아의 결정에 따른 것이 아니라며 그 책임을 한국에 돌리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지만 이는 우리가 아닌 한국 지도부의 선택"이라며 "우리 쪽에서는 채널이 열려 있고 협력을 지속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앞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 이후 한국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무기 공급을 둘러싼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양국 관계는 냉각돼 왔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북한과 관련해선 "우리는 다른 누군가가 좋아하든 말든 우리의 이웃인 북한과 관계를 발전시킬 것"이라며 북러 밀착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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