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시가 시민·공무원을 대상으로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승진 대상 공무원들에게까지 학습을 강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는 박경귀 시장이 직접 강사로 참여한다. 6일 아산시 등에 따르면 시는 2022년부터 ‘고불 인문학 아카데미’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20회 특강을 진행했고, 올해도 같은 횟수로 계획을 잡았다.
시는 지난해 3월 5급 승진 대상자들에게 ‘학습 프로그램 전체 횟수의 70% 이상을 이수하지 않으면 승진 심사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의 인사 운영 기본계획을 변경했다. 5급 승진 대상자들이 한 달에 두 번꼴로 평일에 열리는 인문학 강좌를 14회 이상 들어야 승진 대상에 포함되는 셈이다. 지난해 열린 ‘고불 인문학 아카데미’에는 참여 인원(3888명)의 84%(3263명)가 승진 대상자를 포함한 공무원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25일 박 시장이 강사로 나선 특강(서양 문화의 열쇠, 헬레니즘 예술)은 수강자 165명 중 148명이 공무원이었고, 시민은 17명에 불과했다. 평생학습 프로그램이 ‘공무원을 위한 특강’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시는 올해 ‘고불 인문학 아카데미’ 10회를 운영하면서 강사료 등으로 2000만원을 사용했다. 하반기에도 추가 경정 예산으로 2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아산시의회가 전액 삭감했다.
천철호 아산시의회 의원은 “평일 낮에 업무 중인 공무원 100~200여 명이 2시간 가까이 진행되는 강의를 듣느라 강의장을 찾고 있다”며 “공무원을 상대로 한해 14회 이상 강의를 들어야 승진 대상에 포함하는 사례는 전국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아산시 관계자는 “인사권자 의지에 따라 인사 운영 방식이 달라질 수 있고, 이전에도 평생학습 특강 프로그램을 공무원이 이수하도록 한 사례가 있다”며 “공무원 자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특강이지만, 시민 참여를 확대할 필요도 있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산=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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