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개발한 최첨단 레이더 수출…K방산, 34조원 시장 정조준

입력 2024-06-06 18:05   수정 2024-06-07 01:39

한국형 차세대 전투기 KF-21 개발이 한창 추진되던 2015년 4월, 국방부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최첨단 전투기에 필수인 항공용 AESA레이더 기술을 우방국인 미국으로부터 이전받을 계획이었지만, 미국이 끝내 이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약 5년 뒤인 2020년 8월 국방과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화시스템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AESA레이더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 영국, 중국 등에 이어 세계에서 12번째로 항공용 AESA레이더 자체 개발에 성공한 국가가 된 순간이었다.

6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탈리아 방산업체 레오나르도에 AESA레이더 안테나를 수출한 한화시스템은 다른 유럽 국가와도 수주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 4년 만에 처음으로 수출에 성공한 한화시스템은 유럽은 물론 중동 등의 지역으로도 수출 활로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2026년이면 AESA레이더를 통째로 수출할 수 있을 정도로 기술 수준이 올라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안테나가 기계적으로 회전하는 기존 레이더와 달리 AESA레이더는 전자빔을 사방으로 쏘는 최첨단 레이더다. 전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눈’을 담당한다. 탐지 속도가 월등히 빠르고, 한 번에 여러 목표물의 추적도 가능하다. 기계적 회전이 없는 만큼 전투 중 고장도 거의 없다. ‘세계 최강 전투기’로 불리는 미국의 F-22 등 최첨단 전투기는 모두 AESA레이더를 탑재한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5년 만에 기술 개발에 성공했고 다시 약 5년 안에 첫 수출을 이뤄냈다”며 “AESA레이더가 앞으로 5년 뒤에는 K방산 효자 품목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LIG넥스원 역시 경쟁하듯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5월 냉각 장비가 따로 필요 없는 공랭식 AESA레이더를 선보였다. 냉각장비가 없어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해외로 수출되는 국내 전투기에 탑재를 추진하고 있다. 국산 경전투기인 FA-50을 수입하는 폴란드와 말레이시아 등이 주요 잠재 고객이다.

미국, 영국 등 소수 국가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 글로벌 항공용 레이더 시장은 2032년 250억달러(약 34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항공용 레이더 등 최첨단 무기 핵심 부품은 재래식 무기를 주로 수출하고 있는 K방산의 다음 목표”라며 “항공용 레이더, 항공 엔진 등을 수출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 방산 시장은 업사이클을 계속해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고성능 전투기에 들어갈 첨단 엔진을 2036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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