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폭탄' 비회원제 골프장 "가격통제 더 못버텨"

입력 2024-06-06 18:19   수정 2024-06-14 20:08


그린피를 자유롭게 책정하는 대신 고급 서비스로 승부하겠다는 비회원제 골프장들이 ‘고사(枯死)’ 위기에 처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 때문이다. 골프 시장이 하향세를 겪는 상황에서 비회원제 골프장들은 지난해부터 10억원이 넘는 종부세를 내야 할 처지다. 비회원제 골프장 제도가 도입된 지 1년 반 만에 27개 비회원제 골프장 가운데 6곳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중형으로 발길을 돌렸다.
◆프리미엄 골프장 전략의 위기
6일 한국골프장경영협회에 따르면 지난 2월까지 6개 비회원제 골프장이 대중형으로 영업 유형을 바꿨다. 경기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전남 해남 파인비치 등 5곳이 지난해 대중형으로 전환했고, 강원 고성 소노펠리체 델피노가 올해 대중형으로 옮겨갔다.

비회원제·대중형 골프장 제도는 지난해 1월 도입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시설법 시행령을 개정해 회원제·대중제로 나누던 골프장을 회원제·비회원제·대중형으로 분리 개편했다. 대중형 골프장은 기존 대중제 골프장에 제공하던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신 그린피를 정부가 고시하는 기준보다 낮게 책정해야 한다. 그린피 규제를 받지 않는 비회원제에는 종부세 1~3%와 골퍼 1인당 1만2000원의 개별소비세 그리고 교육세·농어촌특별세를 각각 개별소비세의 30%씩 부과하기로 했다. 대중형 골프장의 종부세율은 과세표준에 따라 0.5~0.7%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려는 골프장 상당수가 비회원제를 택했다.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 강원 홍천 세이지우드CC, 강원 춘천 베어크리크CC 등이다. 이들은 고급 서비스와 뛰어난 코스 품질을 제공하겠다며 비회원제를 택했다. 높은 관리 비용, 넓은 티 간격을 유지하려면 그린피 규제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판단에서였다.
◆“골프장 하향 평준화 부를 것”
비회원제 골프장들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은 지난해 말 종부세 고지서가 날아들면서다. 2020년 미국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세계 100대 골프코스에서 9위에 올라 한국 대표 프리미엄 골프장으로 꼽히는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에는 약 25억원의 종부세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강원 원주의 한 비회원제 골프장은 지난해 종부세로만 17억원을 냈다. 이 골프장 관계자는 “대중형이었다면 종합부동산세가 3억9000만원에 그쳤을 것”이라며 “생존을 위해서는 대중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매일 운영할 팀 수는 한정돼 있고, 식음 매출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세금 부담을 낮추는 방법이 유일하다는 얘기다. 골프업계에서는 “임대 부지를 사용해 종부세 부담에서 자유로운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서울 강서구 인서울27 정도나 비회원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초 비회원제를 선택한 27곳 가운데 땅값이 비싼 수도권 골프장이 금강(여주), 레이크우드(양주), 베어즈베스트 청라 등 5곳에 그친 이유기도 하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베어크리크가 ‘한 수 위’로 평가되는 포천 대신 춘천을 비회원제로 운영하기로 한 것은 춘천이 포천에 비해 종부세 부담이 덜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업계에서는 비회원제에 대한 과도한 세금 부담이 결국 골프장 품질의 하향 평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비회원제 골프장 관계자는 “현재 골프장 품질 유지를 위해 10분 간격, 하루 60팀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린피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 대중형으로 전환하면 팀 간격을 7~8분으로 좁히고 72팀 이상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권이 없는 대다수 골퍼의 선택권을 해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골프업계 관계자는 “미국을 대표하는 명품 골프장인 페블비치와 섀도크리크는 퍼블릭 코스임에도 각각 그린피가 600달러, 1000달러에 이른다”며 “무작정 가격을 억누르는 정책이 이어진다면 프리미엄 골프 서비스는 회원제 골프장의 전유물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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