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野 반발에 올해는 3000억 배정했지만…정부, 내년 지역화폐 예산 전액삭감 추진

입력 2024-06-06 18:14   수정 2024-06-14 19:46


정부가 내년도 지역사랑상품권(지역 화폐)을 지원하기 위한 국비 예산을 전액 삭감할 계획이다. 효율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고유 사무라는 점을 앞세워 2022년과 작년에 이어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3년 연속 국비를 한 푼도 편성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법을 개정해 지역사랑상품권의 국고 지원을 상시화한다는 방침이어서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여야 충돌이 예상된다.
○정부, 예산 전면 삭감 추진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편성액을 전액 삭감한 내년도 예산 요구서를 지난달 31일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기재부는 매년 5월 말 각 부처에서 이듬해 예산 요구서를 받아 예산안을 편성한 후 9월 초 국회에 제출한다. 담당 부처가 폐기한 예산 사업이 기재부 심의 과정에서 복구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역 경제를 살리겠다는 취지로 지자체가 발행하는 상품권으로, 2017년 도입됐다. 지자체는 상품권 액면가의 7~10%를 할인해 판매하거나 결제액 일부를 돌려준다. 통상 지자체는 할인율을 7~10%에서 정할 수 있고, 이 중 국비 지원액은 2%다. 2021년엔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액이 1조2522억원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역사랑상품권의 경제 효과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2020년 ‘지역 화폐 도입이 지역 경제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서 당시 지역 화폐에 대한 9000억원 규모 보조금(국비 및 지방비) 중 경제적 손실이 226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국고 지원 상시화 나선 野
정부는 2023년도 예산안을 편성한 2022년부터 매년 지역사랑상품권의 국비 지원액을 삭감하고 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지자체 고유 사무이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모든 지자체를 지원하는 건 사업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다수당인 민주당이 예산 삭감에 반대하며 2023년 3525억원, 2024년 3000억원으로 예산이 복구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법정 상품권인 온누리상품권과 기능이 중복된다는 지적이 있을 뿐만 아니라 국비 지원 성격에도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정 여건이 여유로운 상황도 아니다. 지난해 역대 최대인 56조원의 세수결손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도 세수펑크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다만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지역사랑상품권 국비 지원액이 또다시 증액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지역사랑상품권을 국비로 상시 지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22대 국회 총선 공약 중 하나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확대와 국고 지원 상시화를 내세웠다.

박상용/오유림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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