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바이오…가능성 있는 약물후보 보유 기업 골라야"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NYC 2024]

입력 2024-06-06 18:47   수정 2024-06-07 02:25

“바이오업계는 ‘혁신의 역설’에 빠져 있습니다. 가능성 있는 약물 후보를 선별하는 게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블랙스톤에서 바이오 투자를 담당하는 니콜라스 갈라카토스 대표(사진)는 지난 4일 ‘한경 글로벌마켓 콘퍼런스 NYC 2024’에서 “기업 규모, 주가 등을 평가하기보다는 기업이 보유한 약물 후보에 집중해 투자하라”고 강조했다.

갈라카토스 대표는 “바이오업계 혁신이 그 어느 때보다 빨라지면서 그만큼 약물 후보도 많아졌다”며 “하지만 약물 후보 간 투자 유치 경쟁이 심화하면서 상용화까지 가는 길은 더 어려워졌다”고 짚었다. 그가 바이오업계가 ‘역설’에 빠져 있다고 말하는 근거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늘어난 것도 바이오업계가 자본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다. 그는 “10년 전에는 신약을 개발하는 데 10억~20억달러가 필요했는데 이제는 40억달러 이상이 든다”며 “제약사당 파이프라인이 2~3배 넘게 늘어난 점을 감안한다면 자본 수요는 5배 이상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규모가 작은 바이오테크 기업은 자본을 유치하는 게 더욱 쉽지 않다. 갈라카토스 대표는 “매년 승인되는 신약의 60%는 바이오테크 기업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민첩성을 바탕으로 해 혁신 속도가 빠르지만 대부분 자금 부족으로 임상 단계에서 대형 제약사에 인수되거나 라이선스를 넘기는 구조”라고 말했다.

약물 후보가 많아지고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블랙스톤은 ‘회사보다 약물 후보의 가능성에 집중해 투자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블랙스톤은 주가 변동성에 투자수익률이 영향을 받는 지분(에쿼티) 투자 대신 약물 후보가 상용화되면 판매량에 따라 로열티를 받는 식으로 수익 구조를 짠다. 갈라카토스 대표는 “바이오에 인공지능(AI)과 머신러닝이 결합하면 혁신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바이오 투자에선 대규모 자본을 갖추고 투자 대상을 선별하는 전문 지식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했다.

뉴욕=나수지 특파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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