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로 지목된 한 30대 남성이 "피해자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한 유튜버가 자신의 신상을 공개한 후 개인 휴대폰을 통해 항의가 빗발치고 직장에서 잘리는 등 최근 사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다만 폭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면서 자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자신이 밀양 사건 당시 조사를 받고 나온 A씨라고 밝힌 네티즌은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장문의 입장문을 게시했다. A씨는 "사건이 재조명돼서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받거나 옛날 생각이 날까 죄송하다"며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계속 퍼질 것이 우려돼 이 글을 쓰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A씨는 지난 3일 오후 8시쯤 '나락 보관소'에서 신상이 공개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고, 이후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락이 쇄도했다고 한다. 직장으로도 자신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자 직장도 그만뒀다고 했다. 그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는 감정에 휩싸이게 됐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될지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자신과 관련해 제기된 여러 주장에 대해 그는 "주말에 가끔 골프를 한 건 맞는다"면서도 "(가해자) 44명이 다 친하진 않다. 몇몇 사람들과 주로 친하고 매번 다 만나는 사이는 아니다"고 했다. 특히 "제일 중요한 강간을 하지 않았다"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있는 그대로 증거를 뒷받침할 자료를 올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글로써 해명이 안 되는 걸 알지만 가족, 주변 사람들이 너무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마음이 더 다치지 않았을까, 가족과 지인이 다치지 않았을까 온통 그 생각뿐이다. 지인이 울면서 너무 고통스러워했다. 나 하나 때문에 몇십, 몇백명이 피해를 받고 있다"며 "무관한 사람들에게 더 이상 피해가 가지 않게 내 얘기만 사실대로 이야기 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3일 동안 물 한 모금 안 넘어가고 그냥 심정지 온 것처럼 있다"며 "피해자들은 더할 거다. 정말 죄송하다. 물먹을 자격도 없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죄가 있다면 다시 한번 더 죗값을 치르고 평생 죽을 때까지 봉사하며 베풀며 그렇게 뉘우치며 살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번 계기로 대한민국에서 살 수 없을 정도의 영향을 받았다. 영상은 해당 내용과 너무나 다르게 돼 있다. 내려주셨으면 한다. 전혀 관계없는 2차 피해자가 계속 생기고 있다"며 "해당 사항에 있어 과장되거나 (사실이) 아닌 내용을 신고하고 온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자들이 힘들겠지만 괜찮다고 한다면 재수사 (받을) 의향이 있다"라고도 말했다. 그는 "하지만 피해자들이 받을 고통이 더 커질 거라 스스로 재수사 요청한다는 말을 꺼내기 어렵다"며 "이 사건으로 인해 피해자와 내 가족, 지인들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잘못만 질타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다 잃었다. 더 이상 잃을 것도 없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살아 있는 게 맞나 싶은 생각도 든다. 살아 있다면 살아있는 날까지 봉사하며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풀고 살겠다"고 덧붙였다.
나락 보관소는 지난 2일부터 밀양 사건 가해자들 신상을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7일 현재 A씨와 관련한 영상은 내린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앞서 신상이 공개된 B씨에 대한 영상은 여전히 남아 있으며, A씨 영상 이후로도 2명의 가해자 신상과 관련한 영상이 올라왔다.
A씨는 앞서 유튜버 '나락 보관소'로부터 밀양 사건 가해자 중 한명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외제차 전시장에서 일하며 여러 대의 외제차를 몰고 골프를 즐기는 등 호화생활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으며, 신상 공개 이후 직장에서 해고됐다. 그의 여자친구가 밀양에서 네일숍을 운영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 후, 그와 무관한 네일숍이 온라인에서 '별점 테러' 피해를 받는 일도 발생했다.
나락 보관소는 사건 관련자 44명의 신상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예고하며 피해자 측에 사전 동의를 구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밀양 성폭행 사건 피해자 지원단체 중 하나인 한국성폭력상담소는 5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피해자 측은 나락 보관소가 '밀양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 첫 영상을 게시하기 전까지 해당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고, 사전 동의를 질문받은 바도 없다"고 지적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