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플랫폼 1위 무신사가 지난 3일부로 PC용 웹사이트를 모바일 웹 버전으로 개편했다.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시작한 에이블리, 지그재그 등 패션플랫폼과 달리 무신사는 그동안 PC 모니터에 맞춘 웹사이트를 운영했으나 돌연 모바일 중심 개편에 나서 배경에 관심이 쓸리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지난 3일부로 PC용 웹사이트 버전 운영을 종료했다. 이에 따라 PC 웹사이트 이용자는 모바일 화면과 같은 세로형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이용해야 한다.
무신사는 이번 개편에 대해 사용자 경험 일원화를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모바일에서만 제공하던 전문관과 커뮤니티 등 서비스를 PC에서 지원하는 한편 모바일에 초점을 맞춰 개편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PC에서도 모바일 환경과 동일한 웹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고, 웹과 앱에서 끊김이 없는(seamless)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는 개편 후 가로로 넓은 모니터 화면을 다 이용하지 못해 정보량이 감소했다는 등 변화에 불편을 느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패션 플랫폼 업계에서는 무신사의 PC용 웹사이트 버전 운영 중단에 대해 PC보다 모바일 이용자가 다수를 차지하는 만큼 효율화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2001년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란 이름의 커뮤니티로 시작한 무신사는 2009년 커머스 기능을 도입해 현재의 무신사로 성장했다. 이에 그동안 PC용 웹사이트 버전을 꾸준히 유지했으나 모바일에 익숙한 1020세대 사용 활성화를 유도하는 동시에 구매전환율 등 수치를 고려해 모바일 버전으로 개편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PC의 경우 더 많은 정보가 표시되기 때문에 구매까지의 과정이 좀 더 신중해지는 특징이 있다"며 "다양한 상품으로의 페이지뷰 전환도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귀띔했다.
최근 무신사의 PC 이용률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PC와 모바일 버전의 통합 배경으로 비용 절감을 지목하기도 한다. 무신사는 지난해 솔드아웃을 운영하는 에스엘디티(SLDT) 등 자회사들의 영업손실 여파로 연결 기준 첫 영업적자를 낸 바 있기 때문이다. 통합으로 관리 인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지목된 이유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기존 남성 고객 비중이 높았던 상황에서 최근 젊은 여성 소비자 공략에 나선 가운데 이용자 수가 많은 모바일 서비스 개선에 보다 집중하려는 조치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실제 최근 PC보다 모바일을 통한 쇼핑 수요가 꾸준히 상승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조4523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9.1% 증가했고, 이 가운데 모바일쇼핑 거래액은 9.6% 상승한 15조844억원을 차지했다.
반면 삼성물산 패션부문(SSF샵)과 LF(LF몰), 한섬(더한섬닷컴), 코오롱인더스트리 패션부문(코오롱몰) 등 패션 대기업이 운영하는 자체 쇼핑몰은 PC용 웹사이트 버전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1020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위한 브랜드를 운영·판매하는 만큼 PC향 수요를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PC용 웹사이트를 운영한다는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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