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X가 달·화성 탐사를 목표로 개발한 우주선 '스타십'이 네 번째 시험 비행 만에 지구 궤도 비행과 귀환에 성공했다. 스타십은 80~120명이 탑승할 수 있는 대형 우주선으로, 자체 추력으로 우주 공간에서 비행할 수도 있다. 스타십을 싣고 발사된 슈퍼헤비 로켓은 높이 121m의 거대한 규모에 추력 200t의 랩터 엔진을 33기를 탑재했다. 이날 스페이스X는 스타십의 궤도 진입과 제어된 (대기권)재진입, 슈퍼헤비 로켓 발사 성공과 회수 등의 목표를 모두 달성했다. 인류의 화성 탐사와 우주선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갔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보잉의 스타라이너는 우주비행사 두 명을 태우고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하는 데 성공했다. 2022년 무인 비행에 성공한 이후 약 2년 만이다.
스페이스X는 홈페이지와 X(옛 트위터)를 통해 로켓 발사와 우주선 비행 전 과정을 생중계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X에 "많은 타일이 손실되고 플랩(덮개)이 손상됐지만 스타십은 바다에 연착륙했다"고 설명했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스타십이 상당 부분 파손됐지만, 앞선 세 차례 발사에 비해 크게 진전된 결과를 내놨다. 작년 4월 시도했던 1차 발사에선 슈퍼헤비 로켓이 발사 4분 만에 공중 폭발했고, 같은해 11월 진행된 2차 발사에서도 엔진 점화에 성공했지만 8분 만에 폭발했다. 지난 3월에 시도한 세 번째 시험비행에서는 약 48분 간 비행해 스타십을 궤도에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교신이 끊겼다. 열을 견디지 못하고 공중에서 분해된 것으로 추정됐다.
스타십 우주선은 미 항공우주국(NASA)가 반세기 만에 재개한 달 유인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에도 사용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머스크 CEO는 화성을 개척해 인류가 이주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로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X에 "스타십의 성공적인 시험 비행을 축하한다"며 "아르테미스를 통해 인류를 달로 돌려보낸 후 화성으로 나아가는 데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고 글을 올렸다.
스타라이너는 전날 오전 우주비행사 2명을 태운 채 플로리다주의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아틀라스V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됐고, 궤도에 안착한 뒤 비행을 시작했다. 2022년 5월 무인 테스트를 시작한 뒤 2년여 만이다. 지난달 6일 이후에도 발사가 두 차례나 직전에 취소되기도 했다.
우주비행사들은 ISS에 일주일가량 체류한 뒤 지구로 귀환할 예정이다. 이들은 향후 6개월가량의 우주 체류에 나설 후속 비행사들이 실행할 절차를 연습한다. 스타라이너는 2명의 비행사가 지구로 귀환할 때도 사용된다. NASA는 이번 비행의 데이터를 분석해 스타라이너를 ISS와 지상 간의 인원 수송에 정기적으로 활용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NASA의 우주비행사들은 이미 2020년부터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곤'을 타고 ISS를 오가고 있다.
스타라이너에 대한 NASA의 승인이 날 경우 1960∼70년대의 머큐리, 제미니, 아폴로, 1981∼2011년 사용된 스페이스셔틀, 2020년대 크루드래곤에 이어 6번째 미국 유인 우주선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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