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입장에서는 참으로 답답한 일이다. ‘중국을 위한 꼼수’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월드컵 본선 출전국으로 48개국으로 확대했지만, 정작 중국은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 축구가 아시아 2차 예선부터 탈락할 위기에 처하면서다.
중국은 7일 중국 선양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5차전에서 태국과 졸전 끝에 1-1로 비겼다. 중국은 4만6979명 홈 팬의 일방적인 응원에도 전반 20분 만에 태국의 수파촉 사라차트에게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 34분 장위닝의 프리킥 동점골로 겨우 패배를 면할 수 있었다.
태국전 무승부가 가져온 결과는 참담했다. 태국을 이겼다면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할 수 있었지만, 승점 1밖에 쌓지 못하면서 다음 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뚝 떨어졌다.
FIFA가 월드컵 본선 출전국을 늘린 이유는 ‘돈’이다. 출전국이 늘어나면 더 많은 나라에 중계권을 판매할 수 있고, 경기 수가 늘어남에 따라 더 많은 광고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FIFA의 발표 자료에 따르면 FIFA는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통해 예선 포함 4년 동안 75억달러(약 10조2000억원)의 수익을 냈다. 출전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난 북중미 월드컵에선 사상 첫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
FIFA가 출전국을 확대하면서 원했던 그림은 중국의 본선 진출이었다. 중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이후 단 한 번도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FIFA로서는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에 달하는 14억명의 소비자를 놓치고 있던 셈이다.
중국의 막대한 자본도 무시할 수 없었다. 중국은 이미 미국을 제치고 FIFA의 최대 파트너국으로 등극했다. FIFA의 공식 파트너인 중국 부동산 기업 완다그룹은 2016년부터 2030년까지 15년 동안 8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후원 계약을 맺었다. 또 다른 중국 기업인 하이센스와 비보, 멍뉴도 FIFA의 공식 후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본선 무대를 밟는다면 더 많은 중국 기업의 후원도 기대할 수 있다. FIFA가 최대 물주인 중국의 본선행을 바라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과 태국이 승점 동률을 이루면 규정에 따라 골 득실 차로 순위를 결정한다. 중국은 현재 골득실 +1, 태국은 ?2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중국을 3골 차 이상 승리를 거둔다면 태국은 1골 차 승리만 해도 조 2위를 확정하고 3차 예선에 진출한다. 중국이 3차 예선에 진출하기 위해선 한국을 상대로 최소 무승부를 기록해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홈에서 열린 한국과의 맞대결에서도 손흥민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며 0-3 대패를 당한 바 있다.
이미 3차 예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이 중국전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조기 탈락’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한국이 중국에 승리해야 FIFA 랭킹에서 일본(18위), 이란(20위)에 이은 아시아 3위를 유지해 3개 조로 나뉘어 치르는 3차 예선에서 일본, 이란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23위인 한국(랭킹 포인트 1563.99점)은 아시아 4순위인 호주(24위·1563.93점)에 0.06점 앞서있다.
싱가포르전 7-0 대승을 이끈 김도훈 임시 감독은 “우리가 이뤄야 할 마지막 목표가 남아있다”며 “홈에서 하는 경기인 만큼, 싱가포르전 결과가 우리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듯이 2차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은 마음을 나와 선수단이 똑같이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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