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에 3억씩 쇼핑…백화점 VIP 된 외국인

입력 2024-06-07 18:13   수정 2024-06-08 01:54

사업차 한국을 자주 찾는 대만인 웨이리우 씨(41)는 지난달 말 현대백화점 서울 무역센터점에서 명품 브랜드 제품을 3억원어치 구매했다. 웨이씨는 “코엑스 근처 숙소에 주로 묵는데, 올 때마다 인근 백화점을 찾는다”고 말했다. 무역센터점은 웨이씨처럼 한 번에 1000만원 이상 구매한 이력이 있는 외국인 VIP 고객을 500명 넘게 관리하고 있다.


주요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빅3’ 백화점의 외국인 매출이 일제히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은 전년 동기 대비 205% 늘었고, 신세계백화점과 롯데백화점은 각각 137%, 60% 증가했다. 일부 핵심 점포의 외국인 매출 비중은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은 외국인 매출 비중이 2022년 4.2%에서 2023년 12.1%로 늘더니 2024년(1~4월) 들어 13.1%까지 상승했다.

외국인 매출 급증은 관광 패턴이 단체 관광에서 ‘핫플레이스’를 찾아가는 개별 관광으로 바뀐 영향도 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주로 내국인이 명품을 구입하는 핵심 점포에서 외국인 매출 비중이 10%를 넘는 건 상상하지 못한 일”이라며 “특별하게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마케팅해야 하는 VIP 고객군으로 외국인들이 부상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큰손 외국인 고객이 늘자 백화점은 전용 멤버십을 출시하는 등 ‘외국인 단골’ 모시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과거 면세점 중심으로 이뤄지던 외국인 고객 관리를 백화점으로 확장하기 위해 지난 2월 외국인 전용 ‘H포인트글로벌’을 내놨다. 불과 3개월 만에 회원 수 3만 명을 넘어섰다. 백화점·아울렛·면세점 구매 금액에 따라 최대 7%를 적립해주는 파격적인 혜택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세계백화점도 올 2월 외국인 전용 멤버십을 재정비했다. 최상위 등급인 SVIP를 신설하고 우수 고객에게 제공하는 추가 할인, 사은품 등 혜택을 늘린 결과 4월까지 외국인 고객과 매출이 작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은 인공지능(AI) 13개 국어 통역 서비스를 지원하는 등 외국인 고객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외국인 고객 맞춤형 쇼핑 서비스도 마련했다. 고가 명품을 구입하는 외국인 고객이 많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서는 프리미엄 브랜드 라인업을 강화하고, 명품 물량을 우선으로 확보하고 있다. 강남권 백화점 중 유일하게 외국인 고객을 대상으로 명품 브랜드 매장 웨이팅 시간을 사전 안내해주는 시스템도 도입했다.

럭셔리뷰티·명품을 찾는 외국인이 많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은 외국인 고객이 수강할 수 있는 메이크업·스타일링 뷰티 강좌를 운영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인근에 성형외과가 많은 압구정점에서는 외국인들이 뷰티 관련 제품을 많이 산다”며 “외국인 매출에서 럭셔리 뷰티 및 명품 비중은 12.8%로, 전 점포 평균의 두 배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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