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회장 만난 최태원 "AI 시대 같이 열자"

입력 2024-06-07 18:20   수정 2024-06-08 02:42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올 4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에 이어 지난 6일 웨이저자 TSMC 회장(오른쪽)을 만났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최 회장이 설계(엔비디아)-메모리 공급(SK하이닉스)-생산(TSMC)으로 이어지는 ‘AI 삼각 동맹’의 한 축으로 다시 한번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7일 SK에 따르면 최 회장은 전날 대만 타이베이에서 웨이 회장 등 현지 정보기술(IT)업계 주요 인사와 반도체 분야 협업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 자리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도 동행했다. 최 회장은 웨이 회장에게 “인류에 도움이 되는 AI 시대의 초석을 함께 열어가자”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SK하이닉스와 TSMC의 협력을 확대하는 데에도 뜻을 모았다.

SK하이닉스는 HBM4(6세대 HBM) 개발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강화를 위해 4월 TSMC와 기술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현재 HBM은 5세대인 HBM3E가 최신 제품이다. 내년부터 HBM4 시대가 열린다.

SK하이닉스는 성능 향상을 위해 HBM 맨 밑에 까는 베이스 다이를 생산하는 데 TSMC의 로직 선단 공정을 활용할 계획이다. 베이스 다이는 중앙처리장치(CPU) 같은 프로세서처럼 HBM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두 회사는 또 SK하이닉스의 HBM과 TSMC의 ‘CoWoS’ 기술 결합도 최적화하기로 했다. CoWoS는 TSMC가 특허권을 보유한 고유 공정이다. ‘인터포저’(칩과 기판을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층) 위에 CPU, GPU(그래픽처리장치) 같은 시스템 반도체와 D램을 수직으로 쌓은 HBM을 배치해 작동하게 하는 ‘2.5D 패키징’의 일종이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최 회장의 광폭 행보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 4월엔 미국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해 황 CEO를 만났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TSMC는 SK하이닉스 HBM을 비롯해 엔비디아 AI 가속기를 수탁 생산하고 있다. AI 시대 핵심인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다지고, 미래 전략을 논의한 것이다. 지난해 12월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용 수소 가스 재활용 기술 협력 등을 끌어냈다. SK그룹 관계자는 “AI 시대에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최 회장의 판단”이라며 “AI를 지렛대로 동맹을 맺는 기업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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